-정성 들여 가꾸지 않아도 알아서 잘 피는 야생화
봄이 지나고 여름 문턱에 들어서면 시골 들판이든 도시 길가든 어디서나 쉽게 만나는 꽃이 있다. 보통 어른 무릎에서 허벅지가 닿을 정도의 키에 지름 2cm 정도의 하얀 꽃을 피우는 ‘개망초’이다.
줄기 끝에 꽃이 모여 핀다. 꽃 가장자리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색 혀꽃에 가운데 샛노란 색 꽃술처럼 보이는 통꽃 다발이 마치 계란프라이를 해 놓은 것 같이 보인다.
“ 계란꽃이다.”
아이들은 개망초 꽃을 보면 십중팔구 다 이렇게 부른다.
생태해설을 할 때 ‘개망초’라는 이름을 알려주면
“ 크크크 개망초래.”
이름이 웃긴다는 반응이다.
개재밌어, 개웃겨, 개지루해 등 요즘 아이들이 뒤에 오는 말을 강조하는 의미로 많이 붙여 사용하는 ‘개’를 떠 올리며 재밌어한다.
개망초는 북미가 원산지인 귀화식물로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선박을 통해 유입됐다고 한다. 참 예쁘게 생긴 꽃인데 어쩌다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궁금해 여기저기 어원을 찾아보니 서식지를 공유하는 망초와 개망초가 함께 거론된다.
왜 ‘망초’일까? 먼저 ‘망초’라는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니 개망초와 망초는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그 시기가 우리나라 주권을 빼앗겼던 시기라 망할 망자를 써서 망초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망초의 ‘망’이 ‘망할 망(亡)’이라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다른 어원으로는 ‘풀 우거질 망(莽)’의 망초(莽草, 망풀)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망초와 개망초는 둘 다 무성하게 자란다. 어느 곳에서나 금세 터를 잡아 무성하게 자라는 특성상 이것이 더 정확할 것으로 여겨진다.
‘개망초’라는 이름은 ‘망초’라는 이름에 개망초의 일본 이름인 이누요메나(犬嫁菜)의 ‘개(犬)’를 붙여 ‘개망초’로 부르게 된 것 같다는 학자들의 견해가 있다. 개망초를 ‘왜풀’이라고도 불렀다는 정보도 나오는데 그 이름에서도 일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개’의 의미를 적용해도 딱 맞지 않는가?
어디서나 엄청 무성하게 우거져 꽃을 피우는 풀, 개망초.
아이들이 사용하는 ‘개’를 보면 ‘굉장히’, ‘엄청’, ‘매우’와 같이 강조와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로 사용하니 엄청 무성하게 우거지는 개망초에도 딱 맞는 것 같다.
개망초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다 알게 된 또 한 가지 사실.
우리나라에는 어쩌다 들어온 외래식물인 개망초가 북미 필라델피아에서 자라는 핑크 플리베인(pink fleabane)이라는 들꽃이고 이 들꽃을 일본이 원예용 식물로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나 더 화려하고 눈에 띄는 다른 원예종 꽃들에 점점 밀려났고 원래 들꽃인지라 야생에 너무나 잘 적응해 밭까지 번지는 바람에 잡초 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어쩌다 우리나라에 터를 잡아 번성해 잡초 취급을 받는 개망초지만 더운 여름날 초록의 줄기와 흰 꽃은 우리 눈을 시원하게 해줄뿐더러 그 수수하고 소박한 이쁨에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마도 북미 필라델피아 어느 들판에서도 이런 매력을 뽐내고 있었겠지.
6~7월쯤 사람 발길이 뜸해 관리가 안 된 공원이나 주인이 농사를 짓지 않고 묵힌 밭을 꽉 채워 피어있는 개망초꽃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원예종으로 잘 가꿔 놓은 그 어떤 정원과 견주어도 전혀 빠지지 않는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 꽃밭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와~ 개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