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랑아 분노해

가장 완전한 1인 가구 가장 되기

by 성당

오늘(22.03.28)은 밤 10시가 넘어서 예약해 둔 호텔에 가야 한다. 내 피보호자 S가 수술 후 중환자실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는 비슷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구토하는 소리가 들린다. 같은 층, 같은 방에 있으니 비슷하게 수술을 받고 비슷하게 아프다가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독 S에게만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디에 관을 꽂을 것이고 피부가 들뜨며 소리가 날 수도 있다고 했다. 물이 차거나 공기가 들어오면 안 될 곳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신경에 손실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숨 쉴 때마다 어디 어디가 어떻게 아플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짐을 쌌다. S가 수술을 하러 들어감과 동시에 바로 병실 공간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S에게 무척 화를 냈다. 어제와는 다른 주제로 울화가 치밀었는데, 어제는 누가 보아도 엄지발가락 뼈에 실금이라도 간 것이 분명함에도 S가 그것을 알리는 것을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수술에만 지장이 없으면 된다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그랬다. 간호사 선생님이 S가 걷는 모양을 보더니 원래 다리가 불편하시냐고 물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응급처치를 요청하라고 말했다. S는 주저하더니 다치게 된 경로를 아주 길게 이야기하고는 ‘뼈에 이상은 없다’고 마무리했다. 나는 답답해 더는 참지 못하고 ‘그걸 S가 어떻게 알아’라고 아주 못되게 말했다. 내가 집착적으로 발가락 통증을 언급해서, S는 얼마 있다가 결국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오늘은 H와 관련된 문제였다. S에게 아마도 나 다음으로 소중한 사람일 H는 어제 하루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고 바로 다음날 그는 입대해야 한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H에게 절대로 연락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약속하게 하며 S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오늘 H는 연락을 하다 말다 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암병원 정문에서 만나자는 말만 남기고 그는 약 10분이 지난 후 도착했다. 표정이 무척 안 좋았고 눈을 자꾸 피했다. 그리고 S는 옅은 녹색의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H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자꾸만 의미 없는 감정을 털어내며 시간을 소모했다. 내 말을 죽어라고 듣지 않는구나, S는. 정식 환자가 된 S는 누가 보아도 수술을 앞둔 환자라 그에게 비난을 할 정도로 인간성이 바닥인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중환자실에서 S에게 필요할 것들을 지하 편의점에서 사서 올라갔다.

S를 사랑하지만 그에게 자꾸 화를 낸다. 마치 내가 어렸을 때 S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말과 표정을 하고서. 이런 식으로 폭력과 학대가 정당화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상처가 대물림된다는 것을.


심적으로 크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늘 내게 조언하기를, S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S가 내 말에 따라야 할 필요도, 내가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꿀 필요도 없다. 나도 그런 S를 보며 분노할 필요가 없다. 그건 나를 괴롭게 하는 일이다. 너무나 명확하게, 암환자까지 되어서도 S는 S였고, 나는 나였다. 환자가 내 바람대로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밥도 잘 먹고 뭐든 혼자 할 수 있다고 고집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간병은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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