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간질

인도네시아 집을 두고 한국 딸의 집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다.

by Benih
안양천 강변의 봄

안양천이 흐르고 산자락이 늘어진 군포 한 동네로 딸이 이사를 했다.

긴 겨울을 보내고 얼어붙은 땅을 밀어내고 봄을 맞이하기 위해 애쓰는 새싹들처럼 딸 또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긴 겨울을 버티고 견뎌내고 있다.

그런 딸과는 달리….


겨울 내내 묵혀두었던 뱃살과 몽실몽실 차오른 지방들을 해결하지 못한 나는 죄책감에 이부자리를 걷어차고 안양천 강변을 걸으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괜찮아! 이 나이에 나 정도면 평균이지 일주일만

운동하면 돼! ”


한걸음에 뱃살이 빠지고 또 한걸음에 지방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합리화가 상상을 초월한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30분도 걷지 않았는데 뱃살이 빠진 것 같고 엉덩이가 올라간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착각이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까닭인가?

그러면 어때 !

내게 주어진 삶이고 내 행복인데...



걷다 보니 어느덧 찬바람이 가시고 햇살이 얼굴을 비추고 몸이 열기로 따뜻해지자 이제야 마음은 열리고 눈은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와 노랗게 말라버린 잔디들이 전부인 것 같은 안양천 주변에 조금씩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연녹색 잎들을 치켜세우며 성급하게 봄을 맞이하기 위해 저마다 고개를 들고 있다.


연녹색의 싱그러움과 신비롭기만한 자태에 시선을 빼앗겨 하나하나 보다 보니

알지 못하는 다른 녀석들 또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스운 것은 60년 이상을 살아온 삶인데 “쑥” 외에는 아는 게 없다

하긴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내가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풀과 나무의 이름을 모르면 어때?

내 마음에 봄바람이 이미 불기 시작한다

겨울 땅을 비집고 올라온 녀석들이 제 마음을 “간질간질” 하게 만들며 봄을 희망케 한다.

봄을 꿈꾸는 새싹들

사랑하는 딸은.....

현실적인 어려운 상황들로 인해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60 평생을 살아온 나는 알고 있다.


곧 그 겨울이 끝날 것이다.

어디선가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고

딸의 마음을 “간질간질 “ 간지럽히며 새싹을 틔우고 봄을 열 것입니다.

봄바람이 겨울을 밀어내고

마침내 얼음을 녹이며 따뜻한 봄이 딸과 우리의 마음 안에 강같이 흘러갈 것이다.


봄!

그 봄이 우리로 하여금 웃게 할 것이다.


딸아!

차가운 바람 아래에서도 연녹색 희망을 틔우는

새싹의 소리를 듣기 위해 몸을 낮추고 눈을 맞추어 볼래!

그럼 너에게 말할 거야!


“너에게도 봄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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