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뜹니다. ‘출석독려’.
상대를 존중해주는 문구인데, 이면에는 ‘빨리 강의 들어라. 정해진 시간이 넘어가면 마이너스 점수에, 여차하면 못 들을 수도 있다’라는 경고가 들어있습니다.
무슨 출석 독려냐고요?
사이버로 강좌를 신청했습니다. 한 과목도 아니고 여섯 과목이나요. 한 과목에 12강인지 15강인지 그렇습니다. 처음 계획은 그랬습니다, 하루에 한 과목씩 듣자고. 아이 둘 키우면서 그 정도는 나를 위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뭐든 잘 미루는 성격이라 쉽지 않습니다.
교문이 닫히기 전에 슬라이딩해서 들어가는 아슬아슬한 상황, 그게 저에게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게을러서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5분만 빨리 움직이면 될 것을, 그걸 못해 그러는 것이지요. 계획을 세워놓고 그 틀에서 움직이는 사람과는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상대방이 투덜거리고 저는 미안해서 땀을 뻘뻘 흘려야 하는 상황이 가끔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별 생각 없이 계획을 변경하면 상대는 많이 당황해하거나 어이없어하거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지요.
계획은 상황에 따라 바꿔도 된다는 유연함 아니 자유분방함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순서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저와 같이 일을 하다가 당황 한다고 해야 할 듯합니다. 그러다 저는 크게 잘못을 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욕 얻어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감. 그 시간이 임박하면 저는 밥도 먹지 않고 일을 잡습니다. 그러다 날을 꼬박 새우기가 일쑤지요. 가끔은 식구들 밥도 챙기지 않습니다. 뭘 시켜주니 오히려 좋아하지요. 참 신기한 건, 꼭 교문이 닫히기 전에 발을 넣는 것입니다. 가끔은 짝짝이 양말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요. 저 혼자만 아는 후회, 그걸 누갈 알아챌까 가슴이 콩당콩당 그러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네가 하는 실수, 너만 아니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참 멋진 엄마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혼자만 하는 후회’는 낯이 뜨거워집니다.
마음을 졸이는, 입이 바싹타는, 초시계가 유난히 빨리 흘러가는.
마감. 땡! 치기 전에 따뜻한 커피 한 잔 타 놓고 천천히 마실 여유를 갖고 싶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일의 질을 높일 테니까요.
마감 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