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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4) 괜찮아요. 진짜 괜찮겠지.

by 햇살처럼

백일백장 이번주 주제 : 더는 붙들지 않기로 한 것


붙들고 있던 것은 무엇인가요?

놓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내려놓는 순간, 어떤 기분이 상상되나요?


커피 드실래요? 따뜻한 물이라도 드릴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과거의 나는 상대가 싫다고 해도 뭐라도 주어야 마음이 편했다. 그 거절을 진짜 거절이 아닌 미안해서 눈치를 보는 거절의 말로 들었다. 때로는 진짜 마시고 싶지 않아 하는 말인데도 말이다. 상대가 거절을 해도 그걸 거절로 받지 않고 미안해서 그런 걸로 혼자 해석을 하고 뭐라도 줘야 마음이 편했다. 어찌 보면 상대를 배려하는 내 태도와 행동이 과할 때도 있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걸 꼭 하고 마는 그런 거.


모임에서 둘이 싸우면 꼭 화해를 시키려고 중간에서 역할을 하려고 했다. 다 큰 어른들이 각자 자기만의 생각의 있어서 움직이는 터라, 내 이야기가 먹히지 않을 텐데 말이다. 때로는 둘 사이에서 화해를 시키다가 반대로 그 둘은 화해를 하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소속단체를 가든 대부분 둘이 싸웠다. 나는 뭐라도 된 듯 이쪽저쪽 다니면서 내 돈 써가며 화해를 시키려고 했다. 그러다 내가 왕따가 되기도 하고.


아무튼 세상은 내 마음먹은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왕따는 나쁘지 않은데, 그게 꼭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결국, 보고도 못 본척, 알아도 모르는 척 내가 해야 할 최선이었다. 모르는 척 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 크게 뭔가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그게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못 본 척 하는 게 성격상 쉽지가 않았다. 내가 왕따가 될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 바른 말을 해야 마음이 시원했다. 마치 돈키호테라도 된 거 마냥 마음이 우쭐했다. 하지만 그 피해는 내가 아닌 아이들이 가져왔다. 여우가 아닌 곰처럼 살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올 해는 눈을 감았다. 진짜 중요한 것이 아니면 헤헤 웃고 넘어갔다. 상대가 커피를 들고 있지 않아도 커피 마실 거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만들었다. 어느 순간, 상대의 커피에 관심을 갖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괜찮아요, 한마디를 진짜 괜찮은 걸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말했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몫이었다. 괜찮다고 확인해 주었으니까.


어떤 상황에서 내가 좀 놓여나는 거, 커피를 마셔도 괜찮고 마시지 않아도 괜찮은 내가 되는 것. 좀 놓여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내 얼굴에 미소를 계속 지을 수 있어서 좋다.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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