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 잘 다루어야 하는 졸음운전

by 햇살처럼

졸리고 또 졸리고.

월요일이면 기숙사 들어가는 고1 아이를 챙기다 보면 꼭 새벽에야 잠이 듭니다.


딸기 두 통, 블루베리 한 통, 천혜향 한 통, 귤 한 봉지, 찐 고구마 한 통, 이것들을 챙기느라 잠을 미뤄야했습니다. 일찍 챙기지 그러냐고요? 아이 학원 스케줄로 저녁 먹고 나면 늦지요. 반찬을 따로 챙기는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챙기다보면 매번 늦네요.


그래도 가방 하나 묵직하게 채워넣으면 뿌둣합니다.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 어두컴컴한 새벽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줄 때까지는 괜찮은데, 오는 길은 졸음이 쏟아집니다. 라디오를 듣고, 커피를 마시고, 껌을 씹어서 잠을 깨야 합니다.


오늘은 아이 내려주고 잠깐 눈 붙인다는 게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혹시 몰라 시동을 껐더니 싸늘한 기운으로 추위가 느껴져서 시동 켜고 히터 틀고 다시 또 졸고. 한 시간 반을 차에서 자버려서, 집으로 오는 길에 졸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내려주고 차에서 잠을 자 버린 건 처음입니다. 추위 탓인지 나이 탓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내 몸이 알아서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아 고마울 따름입니다.


집에 와서도 눈꺼풀이 내려앉아 전기장판 깔고 자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오후 스케줄이라 오전 내내 잠을 자도 괜찮았지요.


오후에 스케줄 끝나고 다시 운전. 이번에는 큰 아이 과제 제출입니다. 직접 손으로 써서 제출해야 하는 과제. 아이 아빠는 무슨 1980년대냐고 그런다. 나는 좋구먼 합니다.


한 시간 운전하고 가서 다시 되돌아오기. 이번에는 가는 길에 졸음이 쏟아집니다. 라디오를 틀고 커피를 마시고 창문을 열어 바깥 소음을 청취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보는데, 찬 공기가 졸음을 가져가 주니 고마울따름입니다. 아이 혼자 보내지 그러냐고요?


대학생 아이 과제 제출까지 따라가냐고요? 그것도 졸리면서요? 큰 아이에게 묵은 빚이 있어서요. 아이도 이것저것 과제 제출한다고 밤을 샜습니다. 손으로 직접 써야 하니 꽤 고생한 듯 하더라구요. 묵은 빚이 뭐냐고요? 둘째 챙긴다고 큰 녀석은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3살 어린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긴 거죠. 올 해 동생이 기숙사 들어가며 엄마를 좀 차지하고 사는 아이거든요. 그리고 또 대중교통 타는 것보다 차로 가면 가까우니까요.


깜깜한 학교 밤 공기는 상쾌합니다. 그 깜깜한 학교의 특유한 냄새가 좋습니다. 젊은이들의 냄새라고 해야 할까요? 컴컴한 건물에 불켜진 연구실 참 위로가 되고 좋습니다. 저 방을 가진 사람은 어떤 학문에 매진 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좋은 향기가 잠시 제 잠을 가져가버렸는지 오는 길은 졸리지 않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피곤이 또 밀려와서 전기장판으로 다시 들어가고. 밥은 알아서들 드시게, 했습니다. 네 밥보다 내 잠이 더 중하다, 하면서요.


운전대를 잡으며 이렇게 졸음과 싸워보기는 처음입니다. 그 졸음을 잘 다루어야 하는 건 내 몫이니, 보드라운 천을 만지듯 곱게 만져줘야겠지요.


아직도 졸립니다. 비몽사몽, 고운 하루를 위해 일찍 일찍 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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