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 호문 시청을 검색하니 10시 40분 도착이라고 뜬다. 지금 8시 30분이니 2시간 하고 10분이 더 걸린다. 엑셀을 지그시 밟아 출발을 한다. 며칠 전 아이 중학교 배정이 나왔다고 문자 메시지가 오고, 배정표를 찾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어차피 전학을 시킬 예정이라 급할 게 없는데, 연락이 오니 마음이 불편하다. 교육청 직원도 빨리 배정표를 넘겨야 자기 할 일이 끝나니 재촉하는가도 싶다. 그냥 거쳐 가는 학교라 왠지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해서 주저주저했는데, 어쨌든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라 아침밥 챙겨주기 바쁘게 집을 나섰다.
내부순환로를 타라고 알려준다. 면허증은 두 번 갱신했으니, 운전경력 20년이 넘었다. 처음 면허를 따고 막내 이모에게 받은 것이 전국지도였다. 엄청 두꺼워 무거운 것을 내 운전면허 축하선물이라고 종이봉투에 담아 내 두 팔에 안겨주는 이모의 눈빛은 ‘앞으로 잘 부탁한다’였다. 또 슬슬 운전이 싫어진다면서 “이 차, 사고 한 번 안 났다. 어디 가면 주차 복도 있어서 항상 주차 자리가 있어. 소형이지만 귀한 차다. 나 필요할 때 한 번씩 빌려주고.”라며 5년 된 엑센트 열쇠를 내주었다. 열쇠고리에는 알파카 낙타가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내부순환로는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차량이 많지 않아 운전할 맛이 난다. 마포대교로 휘어지는데 길이 참 복잡하다. 다시 우회전하여 좌측 차선을 타야 하는데 놓치고 우측 차선으로 타고 돌아 다시 죽 달려 유턴을 해야 했다. 가끔 길이 헷갈려서 차선을 놓치곤 하는데 유턴 할 자리가 너무 멀면 마음이 급해진다. 다행히 두 번째에는 차선을 잘 타고 들어갔다. 이제 한참을 직진만 하면 된다. 운전을 하면서 익숙치 않은 곳은 여기저기 돌지 않는 직진 길을 좋아한다. 내비게이션은 도착시간 11시로 시간이 늘었다. 길이 막히는가 싶더니 호문 시청 도착은 10시 50분, 2시간 20분을 운전하고 나니 다리에 쥐가 난다. 내 목적지는 시청 옆 교육청이다. 주차는 여유롭게 시청에 하고, 교육청 중학교 재배정 이정표를 따라갔다.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 한 장을 준다. 김현지. 아이 이름이 반갑다. 그 종이 한 장 받으려고 2시간을 넘게 달려온 거다.
낯선 도시, 내비게이션에 종이에 적힌 호문 중학교를 입력하자, 도착시간 15분이라고 뜬다. 아이가 한 달 다닐 학교, 호문중학교. 시청을 돌아 나와 한참을 달렸다. 아파트 사잇길을 달려 낯설면서도 반가운, 약간은 오래되어 보이는 학교가 보인다. 운동장 한쪽 귀퉁이에서는 불도저가 땅을 파고 있다. 아직 차가운 날씨라 땅 파기가 어려울 텐데, 주황빛 흙이 쌓여 있다.
지어진 지 오래되었는지 주차장이 크지 않다. 다행히 방학이라 빈자리가 있다. 교무실은 2층이라 천천히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