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에 한 번도 입지 않은 듯한, 예쁘지도 안 예쁘지도 않은 검은색 강이지 털 같은 스웨터가 걸려 있습니다. 딱 봐도 친정엄마가 가져다 놓았을 겁니다. 그 시커먼 강아지 털 같은 옷을 가지고 들어올 사람이 집에 없거든요. 딱 봐도 사이즈도 작아 보입니다. 분명 두 아이들은 소매 길이가 짧을 테고, 배꼽티도 아닌 것이 배꼽티가 될 것이고, 엉덩이를 반쯤은 가려줘야 하는데 허리에서 깡충 올라갈 테도, 체구가 제일 작은 제가 간신히 입으려나 합니다.
친정엄마는 지하철역을 오갈 때, 하나씩 사가지고 옵니다. 본인이 입고 싶어서 사는데, 그 가게 옷이 좀 애매합니다. 입어 보고 안 맞으니 애들 입으라고 주는데, 애들 눈높이와는 맞지 않습니다. 한두 번 입으면 안 입을 것 같은 옷인데, 한 번쯤은 괜찮지 싶기도 합니다.
시어머니는 옷을 좀 많이 삽니다. 자식이 넷이나 되니, 눈에 보이는 것도 많겠지요. 택배로 한 박스씩 붙여 옵니다. 둘째 아이는 할머니 택배가 오면 신이 납니다. 이것저것 입어보고 예쁘다고 좋아하지요. 하지만 패션쇼 하고 끝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루즈핏이 아닌 거지요. 남편 거는 사이즈가 맞으면 콜, 안 맞으면 누구 주는 걸로. 여자 거는 체구가 작은 제 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이 다 저보다 커서 할머니가 보내 주는 것은 작아서 입지 못합니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80이 넘었습니다. 두 분은 연세가 있으신대도 옷을 보면 사고 싶은가 봅니다. 내가 입든 누가 입든 말이지요. 그래서 옷가게는 잘 되나 봅니다.
시어머니는 옷을 사면 즐겁다고 합니다. 자식이 많으니 누구든 입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스스로 옷을 사실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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