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1) 세차

by 햇살처럼

우리 집 자동차가 때 빼고 광 내는 날.

아이 친구를 태우는 날.


학교에서 외부로 아이들이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차량 봉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는 '세차하고 와', 한마디를 던졌다.


요 근래 눈이 내리고, 차에 소복이 쌓인 눈이 녹으면서 차가 많이 더러웠다. 요즘 눈이 얼마나 더러운지 확인이 되는 상황이다. 하늘에서 내린 눈이 더러운 게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 미세먼지들이 많았고, 내 차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먼지가 그만큼 많이 쌓여 있었다는 거겠지.


주유를 하면서 세차를 하려 했지만, 추워서 주유소 세차장도 문을 닫은 터여서, 그냥 더러운 채 다니고 있었다. 아이는 친구를 태워야 하니, 깨끗하게 하고 오라는 거였다.


실내 세차를 위해, 내부 짐을 다 뺐다. 각종 할인이 되거나 적립되는 카드들, 여러 개의 볼펜들, 핸드크림, 나무젓가락이며 이쑤시개도 다 봉지 봉지 싸서 내려놨다.


세차장에서 트렁크 짐도 빼라고 했다. 할 때 다 같이 해야 한다고. 큰 장바구니로 4개가 나가고, 박스 2개까지 동원하여 짐을 다 뺐다.


다 털어내니, 차는 깨끗해졌다. 젊은 세차장 사장님은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하니, 향기 좋은 스프레이를 뿌려 주었다. 앞 유리창 내리지 말라고 당부를 하면서.


내부 세차까지 하고 나니, 휴대폰 거치대도 1+1으로 사서 남겨 두었던 새것을 꺼냈다. 깨끗해진 차에 어울리게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이들을 태우고 왔다 갔다. 밤이 되어서야 아이들을 내려주고, 우리 집 아이는 '굿!'이라고, 활짝 웃었다.


그 짐들은 아직 차에 싣지 않았다. 딱히 쓰지 않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어서 다시 싣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다.


아이는 차에 짐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물건이 잔뜩 담긴 쇼핑백도 트렁크로 넣어버리고, 비어 있는 깨끗한 상태를 좋아한다. 트렁크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빼놓으라고 짜증을 종종 낸다.


자신이 먹을 간식이 담긴 아이스 가방도 발밑을 막는다며 가끔은 짜증을 내어 싫은 소리를 하게도 한다. 먹일 려고 부지런히 씻어온 과일들을 잘 먹을 거면서 그러니 서두른 엄마 입장에서 혈압이 안 오를 수가 없다.


집을 다 빼내고 보니, 반짝 거리는 자동차가 싫지 않다. 공기도 다르고 말이다.


이렇게 불필요한 것들은 싹 빼내야 하는데. 마음도 가벼워지고 깨끗해지는데 말이다

못 버리고 가지고 있는 묵은 것들. 세차를 하기 위해 자동차의 짐을 다 빼낸 것처럼, 내 마음도 짐도 빼내야 할 텐데. 그 시간이 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온다.


빼자, 빼고 가벼워지자, 빼고 반짝반짝 윤을 내보자. 빼고 하늘로 날아올라보자. 마음의 세차까지도.


#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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