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9) 새벽 데이트

by 햇살처럼

평일이면 학교 기숙사에 있는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체육복 반바지가 필요한데 주말에 집에 놓고 갔단다. 아침 7시 50분까지는 가져다줘야 한다고.


'아침에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못 갖다 주면 말지'라는 배짱도 있었다.


다행히 아침에 눈을 떴다. 엄밀히 말하면 6쯤 남편이 깨웠다. 주말 아침이라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시간 여유가 있었다. 남편은 아이의 전화를 받고 깊게 잠들지 못하고 깨다 말다를 반복했단다.


남편은 아이보고 효녀라 한다. 새벽에 엄마 아빠 데이트를 시켜주는 딸이라고.


7시 30분 도착 예정. 아이에게 시간을 알려주고 출발했는데 도로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도착 5분을 남겨놓고 전화를 했다. 기숙사 앞으로 나온 아이는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조끼 패딩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추운 아침, 엄마는 롱패딩을 걸쳤다. 아이는 맨다리와 팔을 드러내고 있어서 말도 한마디 건네기 어려웠다.

아침 졸음을 깨고 달려가서 바지만 건네주고 왔다. 남편은 1초라도 아이 얼굴 봤다고 좋아하고.


아침에 일찍 움직였다고, 10분만 잘게 하던 것이 하루 종일 자버렸다.


원하지 않는 남편과의 새벽 데이트는 나는 입이 툭 튀어나왔는데 남편은 싱글벙글.


아이의 아침 문자. 아침 일찍 가져다줘서 고마워요.

아이의 진심이 담긴 문자라 피곤이 사라질 만도 한데.


그 여파로 하루 종일 이불 속에 들어가야 했다. 무엇인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땀을 흘리면 개운해야 하는데 무겁다.


체력 탓인지 수면 부족 탓인지는 모르겠다.


ㄱ#백일백장 #백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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