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일요일의 순간들

오전 그리고 점심의 일기

by 보니키임

아침, 동네에 자주 가는 카페에서 책을 읽기로 한다.


6평 남짓 카페 안엔, 중학생 무렵 되어 보이는 딸과 부부 그리고 중년의 부부 그리고 내가 있다.


각자의 테이블에 자리 잡고 서로의 이야기를 무심하게 나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의 문이 열리고 이제 겨우 걷는 방법을 터득한 아기와 그것이 무척 자랑스러운 엄마가 등장한다.


가게의 직원들은, 늘 안겨서 오더니 오늘은 걸어왔다며 높은 목소리로 반기며 칭찬한다.


소란에 맞장구라도 치듯 카페 안에 자리한 모두가 아기를 바라본다.


엄마는 자신의 피조물, 아기를 자랑하듯 아기에게 사람들을 향한 인사를 요청한다.

그게 무엇인지 알기나 할지 싶은 아기는 주변에게 인사를 선보인다.


딸과 함께한 가족의 엄마는, 앞 테이블의 아기를 바라보며 마주 앉은 훌쩍 큰 딸을, 투영한다.

“네가 어릴 때도 그랬는데”하고


중년의 부부는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아기의 별것 아닌 몸짓에 모두가 집중한다.


겨우 걷는 이 작은 아이가 혹여 넘어지거나 다치진 않을까 모두가 약간의 근심을 갖는다.

무심했던 공기에 귀여움이 등장해 모두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작은 아기를 바라보며, 아프지 않고 건강히 자라나기를 응원한다.



책을 읽고 돌아와 달리기를 하기로 한다.

한강에 갈까 하다, 먼 곳을 향하고 싶지 않았다.

일요일이니 동네에 개방된 학교의 운동장을 뛰자.


초등학교 때 이후론 처음으로 학교의 운동장을 달렸다.

날씨도 좋고 정해진 트랙의 횟수를 도는 것도 단순해서 좋았다.


햇볕을 맞고 휴대폰도 조금 하다 집에 돌아왔다.


그제 사다 놓은 고기를 구워, 야채와 먹었다.

연습을 갈 요량이었지만 대관이 안 돼서 연습은 가지 않는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순간들이 공간의 부재를 서럽게 만들기도 한다. 한다면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선택.


일요일이다. 무엇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날이다. 그럼에도 자꾸 무언가를 해내고 증명하고 싶다는 자격지심에 비롯된 어떤 감정들이 솟구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이 나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 뿌리의 세 가지, 그 이상의 색을 가지고 있다니.


뿌리내린 곳은 스스로 바꿔 낼 방법이 달리 없고, 일조량도 선택이 아니니.


세 가지 색 중 무슨 색이 가장 마음에드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푸르른 초록이 가장 마음에 든다.


초록 스스로는 오로지 익지 못했음을 탓하지는 않을까?

성숙한 부분 그리고 지나치게 미숙한 부분의 공존.


마음대로 입혀진 색깔이 사실 당신 마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선택할 수가 없었던 일이었는지 모른다.


자연의 이치대로 환경의 뜻대로 커진 삼색의 나무는 그대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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