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하나뿐인 한국인 댄서로서의 삶

Young dumb, yet not broke:)

by 보니키임

지난주에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카이로는 두 가지, 아니 여러 얼굴을 가진 도시이다.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반 바지에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오리엔탈댄서 즉 벨리댄서는 가족저녁식사를 하는 식당에도 고급호텔에도 또 거의 모든 결혼식에도! 등장하는 그야말로 핵심 엔터테이너이다.


노출이 꽤 많은 의상을 입는데 심지어 신부도 히잡을 쓰기도 하는 이슬람 결혼식에 또 일상에 어떻게 댄서는 이렇게 일상에 맞닿아있을 수 있는가? (여전히 나도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wedding of nahal.jpeg 내 친구 네할의 결혼식에서 무대 난입한 나


개인적으로 결혼식 공연이나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은 공연을 무척 좋아하는데, 나이가 있으신 엄마 또 할머니 또래의 이집트 여자 관객분들이 나를 보고 신기해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또 그들이 호응해 주는 것만큼 큰 인정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신기한 동양인이나 섹스어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또 사랑하는 내 모습 자체를 바라봐준다는 것에 힘을 얻었기 때문에.


너 중국인인데 어떻게 우리 춤을 이렇게 잘해!!라고 하는 것도 할머님들이 말하면 그저 웃기고 좋기 마련이다. <(동양인=중국인) 우리 할머니도 백인이면 다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시니까, 영 기분 나빠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흔한 일은, 정해진 시간(보통 디너 타임/ 시샤 유흥 타임 (*새벽녘))에 호텔의 레스토랑에 있는 소규모의 무대를 하는 것. 그리고 관광객들이 주로 타는 유람선에서 공연하는 일이다.


45분을 보통 솔로로 하고 보트에서는 벨리댄서 전, 또는 사이에 탄누라댄스 <(직역하자며 치마 춤) 남자댄서가 계속해서 약 10분 동안 턴을 돌며 무거운 치마에 LED를 달기도 하고 수피즘과도 관련된 춤이다.>를 추기도 하고, 보통 세트는 반을 나누어 공연한다. 의상을 중간에 갈아입는 시간은 약 2-3분 정도 주어진다.


56e10d260aef8837662566b8714438b4.JPG 한국 사람들 눈엔 그냥 배 나온 이상한 아저씨/ 댄서, 뮤지션들의 엄청난 슈퍼스타 Ahmed Adaweya.

난 안 그래도 성격이 급한데, 이런 환경은 날 더 환복천재로 만들었다.

공연은 45분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게 하나의 공연이고, 하루에 많게는 3-4개의 공연을 해야 한다.

공연의 피크타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연이 4개 있는 날은, 공연 하나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의상 위에 걸쳐 입는 아바야(이슬람지역 여성들이 주로 입는 어두운 겉옷, 상체부터 발끝까지 가려진다.) 걸치고 차를 타고 다음 호텔로 이동한다. 심할 때는 물 마실 시간도 없다. (그래서 이집트 처음 갔을 때, 한 달 만에 8kg가 빠져 별명이 기아였다.)



gas station 2017.jpeg 공연 가다 들른 주유소에서 만난 낙타친구들 Camels got ride!


그때도 지금도 이집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댄서의 비율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지리적인 요인과 러, 우 지역의 사람들이 실제로 이집트 홍해로 관광을 정말 많이 오기 때문의 이유도 있다.

오죽하면 이집트 남자의 외국인 혼인비율의 대다수도 러, 우 지역 여성들이다.


나도 우크라이나 친구 덕/때문에 이집트에서 첫 일을 시작했지만,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들도 많아 사교관계가 많이 어려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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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35.jpg 내가 좋아하는 래스토랑. 일하던 샤하라얄, 공연홍보 포스터


한국인 댄서 친구가 있었더라면, 조금 나았을까? (뭐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


또 카이로에는 수많은 카바레 즉 나이트클럽도 운영 중이다. 이 중에는 여성들도 정말 놀러 오는 곳도 있다. 나도 가끔은 카바레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이유는, 기가 막히겠지만 호텔이나 보트보다 예산이 훨씬 많은 곳이어서 여기엔 뮤지션들도 수십 명이 한 무대를 채우기도 한다. 그만큼 보고 들을게 많다는 것이다. 여긴 특히 사우디나 걸프만 지역의 부유층의 사람들, 그 지역의 여성들도 꽤 많이 놀러 온다. (쿠웨이트나 카타르 지역에는 클럽 자체가 없다고 들었다. 이들에게 카이로는 그야말로 개혁개방의 도시인 데다 물가도 훨씬 저렴하고, 클럽이나 다양한 밤문화거리가 풍부한 관광지이니까)


qmffnskdlf.jpg 2018년의 블루나일 대기실이자 탈의실이자 악기보관소이자 기타등등 1평



09864.jpg 여기도 블루나일! 귀엽다..어리다..


다만 여기도 성매매업소와 흡사한 형태의 모습을 갖춘 곳도 있다. 없다고 거짓말을 하진 않겠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우리 한국에도 성매매를 불법적으로 하는 유흥업소에도 노래와 춤을 추며 고객을 접대하는 일이 주된 시스템이듯 이집트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그 카바레에서 일하는 댄서를 사실 댄서라고 칭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특히 나로서는 실력은 물론 에티튜드와 복장만으로 비교해 봐도 직업군 자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일반적인 관광객이나 일반 시민이 흔히 가는 곳이 아니고, 특히 아랍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그런 업소에 방문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다.


또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하지만 여전히 꿈꾸지만) 티브이에서 배우와 같은 포지션에서 활동하는 그야말로 스타 댄서들도 있다.

bec4b47056ed61d654861d510b995644.JPG 전설의 스타댄서, Fifi Abdou - 위에 등장한 아다웨야의 사고 전, 두분이 2,30때에 함께 작업한 영화도 많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나누자면, 이집트에서는 배꼽을 내놓는 것이 불법이다.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춤을 추는 것도, 속바지를 착용하지 않는 것도 다 불법이다. (코로나 전에 Johara라고 하는 러시아 댄서가 카이로에서 속바지 미착용으로 잡혀가 구치소에 하룻밤을 보내고 나와 기사가 도배되었고 이는 그녀를 스타덤으로 이끌었다. 오늘자 이집트 넷플릭스 top3에 올라온 슈가대디 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바이럴이라는 소문도 굉장했다.)


카이로에서 살 땐 한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이유라면, 우선 또래 한국인들은 몇 달 단기로 온 유학생들이 전부였고, 한인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자주 가던 한인 식당이나, 동네에 한인이 워낙 많아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한인이 있으면 피했다. 부담스러웠고 특히 연세가 있으신 한인분들이 나를 향해 날이 선 걱정을 할까 되려 두려웠다.

야 이게언제냐.jpg 이건 아마도 2015년, 이집트 친구들과 이제 이름도 잊은 꽤 자주갔던 클럽.


지나고 보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을 텐데 뭐가 그렇게 다 예민했을까? 아마도 더 어리고, 겁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성인이지만 타국에서 아무에 도움도 없이 (물론 좋은 친구들이 많았지만) 혼자 살다 보니 의심도 많았고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믿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말란 말은 내가 10살쯤 아빠가 했던 말인데,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말이기도 하다./ 왜 기대면 안 돼?? 너무 기대야지!!)


555.jpg 2018년이 되자마자, 공연했던 모벤픽호텔의 연회장


이집트에서 댄서는 사회적으로 큰 존중받는 직업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슬람국가에서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대중 앞에서 자신을 선 보인다는 것 자체가, 댄서뿐만 아니라 가수에게도 (특히 여가수) 적용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축하의 자리던, 파티던 아이콘처럼 빠지지 않는 댄서는 정말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6.jpg 크리스마스라고 꽤나 준비했던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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