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나무 Apr 01. 2023

주부의 바람난 투자

미용실 원장이 말하는 오만 칠천 오백원님

작년 우리 집 근처에 '헤어살롱' 간판을 건 미용실이 생겼다.

커트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뜨내기 신세로 돌아다니는 것을 안 남편이 지나가다 알려 준 미용실이었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가서 머리를 자르던 중 원장이 두피관리를 제안하길래 괜찮은 방법인 듯하여 회원권을 신청했다.


흰머리 때문에 자주 염색을 하다 보니 검은 물이 머리감을 때마다 나왔고, 두피도 늙는지라 이마에 주름도 부쩍 늘어나는 듯해서 흔쾌히 응했다.


주 1회 관리를 받아 오늘도 예약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살롱이란 상류 가정의 객실에서 열리는 사교적인 집회다. 특히 프랑스에서 유행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세상 이야기를 듣곤 한다.


오늘은 원장이 오만 칠천 오백원님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손님 별칭으로 스스로 지었다고 말했다.


딸과 60대 모가 함께 회원권을 신청했는데, 60대 모는 10회 단위로 판매하는 이용권을 5회로만 받고 싶어 해서 반절만 계산을 했나 보다.

그런데 회원권을 60대 모가 써버려 계산이 엉켜 언쟁이 있었고, 이때부터  원장은 오만 칠천 오백원님으로 부르는 것이다.


원장은 미용실 방문객을 '손님''사람'으로 구분 짓는다고 말했다. 손님은 서비스 대상이고 사람은 손절(노력해도 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일 경우 노력을 포기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 경제용어인 '손절매'에서 유래하였다.) 대상이라 한다. 우리 살롱과 맞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고 정중히 말한다는 것이다.


미용실 직원으로 있을 때 몰랐던 책임감을 자영업을 하면서 느끼며, 살롱을 열고 눈물 흘릴 때가 많았다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떤 손님이 지갑을 거울 아래에 놓았단다. 원장은 헤어 드라이기가 뿜어내는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들이 날려 지갑이 더러워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바로 옆 손님용 이동바구니 쪽으로 옮겨놨단다. 이후 손님은 원장 손에 묻은 염색약 때문에 지갑에 얼룩이 생겼다며, 칠십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단다. 이에 놀란 원장은 죄송하다며, 지갑을 놓고 가시면 현금 아닌 동일한 지갑으로 사서 주겠다는 제안을 했었단다.


손님이 돌아가고 퇴근 무렵 CCTV를 되돌려보다 이상한 모습을 발견한 원장은 가입했던 보험사로 연락을 했고, 조언을 받은 원장은 손님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말했단다.

그 지갑은 미용실 오기 전부터 오염이 있었던 것이고, 오염 부분도 원장이 만졌던 부분과 다는 곳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다시 정리하면, 그 손님은 이미 오염된 지갑을 가져왔고 원장에게 칠십만 원을 받으려 했던 것이다.


이 일을 겪고 난 후 심신이 지쳐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원장은 손님에게 정을 다 주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원장은 손님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 기억으로 남는다며 아픔을 이야기했다.


듣고 있던 나는 생각했다. 나도 같은 아픔이 있었다. 작년 지역신문에 기사가 났던 사건이 떠올랐다. 얼마나 시달렸던가. 이 일로 상담까지 받았었다.

원장의 말에 공감이 갔다.


동시에 내가 의도하지 않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는지도 생각했다.

속으로 '늘 감사하는 마음이라면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을 텐데' 말했다.


스스로 머리를 자르지 못하니, 대신 예쁘게 잘라주는 헤어디자이너에게 감사하고.

올 때마다 따뜻한 차 한잔 대접해 주는 것도 감사하고.

심심하지 않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니 감사하고.


원장은 말했다.

"손님은 빼앗기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두피관리를 업그레이드하면서도 할인해 드립니다.  솔직하게 답변해 주셔서 미용실 경영하는데 도움을 줘요"

원장의 말에 내심 놀랬고, 비용이 적지 않아 그만 받으려 했으나 두피관리를 한 단계 높인 서비스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할인도 해준다는 말에 연장 신청을 했다. 물론 관리를 받으니 만족스러운 것도 있었다.


미용을 마치고 좋아하는 손만두집을 갔다. 늘 배달을 시키다가 가는 길이라 들렀는데 사장님은 배달을 가고 없었다.


전화를 하니 배달해 주겠다고 집으로 돌아가라 했다.

배달료는 얼마냐고 물으니 무료서비스로 해주겠단다.

나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집에 도착에 얼마 있으니 바로 초인종이 울렸다.

사장님이 보고 싶어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감사인사를 또 한 번 전했다.

좋아하는 만두를 집에서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고 이 집 만두만큼 맛있지도 않다. 그러니 늘 맛있는 만두를 먹을 수 있어 사장님께 고마운 것이다.


사장님은 기다려주신 손님이고 단골댁이시다라며 웃는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오늘 미용실 원장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도 같이 손만두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했다.


이렇듯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면 상대방도 이를 알고 감사함을 나에게 되돌려준다.


돈도 마찬가지다. 감사하게 쓰면 고마운 마음을 담은 채 나에게 되돌아온다.

두피회원권은 업그레이드+할인한 금액으로, 손만두는 무료배달서비스로.


투자도 같다. 난 큰 회사를 차릴 돈도 없고, 경영 전문가도 아니다. 또 직접 영업을 뛰지 않아도 기업은 수익을 올리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물론 코로나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지만 기업은 더 노력할 것이고 배당금으로 되돌아온다. 내가 투자한 기업도 수익이 감소해 배당금이 작년에 비해 줄었지만, 특별 배당금을 줘서 작년보다 배당금이 많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부의 바람난 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