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당겨졌다는 문자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11시에 맞춰 헤어살롱을 방문했다.
한 주 동안 잘 지냈냐는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30여 년간 유지한 머리형태를 변경하고자 상담을 하던 중 원장이 20대 시절 아찔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남자분이 손님으로 왔단다.
머리를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물었더니 짧게 잘라 달라고 주문했단다.
어린 원장은 이발기를 들고 흉해 보이는 오른쪽 구레나룻을 냅다 밀고 자르기 시작했다.
그 손님이 미처 말리기 전에 원장의 손은 이미 강을 건넌 것이다.
그 손님은 생명과 같은 오른쪽 구레나룻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몸은 얼음이 되었다가 얼굴은 이내 불 타올라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코에서는 연기가 나올 지경으로 화를 몹시 냈다고 한다.
어린 원장은 클레임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고, 주인이 수습을 했다.
우선, 잘려나간 구레나룻은 붙일 수 없어 펜슬로 그렸고 흑채를 이용하여 간신히 비슷하게나마 양쪽을 맞췄던 모양이다. 구레나룻이 다시 무성하게 자랄 때까지 이 서비스는 계속되었다.
원장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손님이 원한다고 잘랐다간 큰일 난다며, 그 후로는 아무리 원해도 짧게 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손님이 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이야기를 안 하면서 타박을 하는 경우나 온 가족이 미용실에서 충전을 하는 행동,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행동 등 여러 추억의 사건도 말했다.
나는 들으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CEO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 작고 소박한 헤어살롱에도 블랙컨슈머들이 바글바글한데 기업은 얼마나 많을까?
난 중국 식품기업에 투자하고 있어 자주 듣는 소식이 있다.
빵 속에 칼날이 있다거나 벌레가 나왔다는 글을 포함해서 유통기한이 남았는데도 부패하여 먹지 못했다는 사진 등 클레임건이 종종 바이두(중국 IT기업) 신문란에 등장한다.
이런 경우 회사는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피는데, 내가 투자한 기업은 환불해 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빵 속에 일부러 커터칼날을 집어넣고 찍은 사진 같아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유심히 살피는 이유는 회사가 고객과 분쟁을 해봐야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무조건 법대로 처리하고 고객을 이기는 것이 진짜 이기는 것이 아니므로 어떻게 협상하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클레임과 악성민원을 구별하고 선 대응하는 기업은 더욱 신뢰감을 준다.
내가 접한 정보에 따르면 플랫폼과 이커머스 등 비대면이 많아지면서 서비스오류가 늘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플랫폼서비스에 이용후기, 별점 등 고객의견을 오픈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악용해 협박하고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경험한 헤어살롱 원장은 블랙컨슈머들을 잘 상대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에 10회 회원권을 신청하고 미용실이 망할까 봐 부랴부랴 매주 방문하여 빨리 소진하려 애썼다.
원장이 어떻게 논쟁을 해결하는지를 우연히 들었고, 바닥에 자른 머리카락이 수북하며 펌기구를 사용한 흔적들도 보여 영업활동이 활발함을 알았다. 10회 연장 신청을 한 이유다.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처럼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상대로 현명한 협상가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