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일기장을 열까요
실행
신고
라이킷
10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콜라나무
Feb 20. 2022
병상일기 2: 저 세상과 이 세상
2022. 2.19(토)
꾸역꾸역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직업을 갖고 있으니 몸 아픈 것도 민폐다. 병가 내야 하고, 대체 인력 뽑아야 하고, 인수인계해야 하고 기타 등등.
무엇보다 나 때문에
뒤치다꺼리
하는
동료들에게 무한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걱정해주면서 연락해오는 지인들도 감사하다.
또 늘 함께 있어 몰랐던 남편의 감사함은 더 크게 다가왔다.
각 종 간식을 꿀벌들이 벌통으로
나르
듯 나에게 놓고 간다.
남편은
먹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
로비에서 만나 하나씩 건네준 간식이 쌓이는 중이다.
내가 지내는 이 세상
은 똑같은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픈 곳은 다양하나 무표정한 얼굴. 멀뚱멀뚱한 눈의 방향. 인사 없이 수액 막대를 지팡이 삼아 마치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
나도 이들과
행동이 같
다. 바로 앞 92세 노인과 눈인사를 나눈지는 4일이 넘어가면서부터다. 따님
세
분이 직장에 다니면서도 번갈아 가며 노인 옆에 붙어 수발을 들고 쪽잠을 잔다.
간호사가 노인의 머리를 깜찍하게 묶어주었고 그모습을 흐뭇하게 보는 딸
놀라웠다. 나는 친정어머니 입원할 땐 간병인을 붙였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눈매를 가진 노인은 따님 덕분에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더니, 물도 토하셨는데 한 숟가락씩
죽을
먹기
시작했다
.
사랑의 힘이다.
아프지말자 캠페인 기념촬영
운동도 할 겸 한 바퀴 돌다가
환자 된
기념촬영을 하고 휴게실에 도착하니 두 모녀가 북경 아시아 동계올림픽을
시청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노인분은 침대에서
벗어나
아주 오랜만에 짧은 외출이셔서 그런지 콧노래도 하셨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었
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차들도 제각기 자신들의 길을 오고 가는
모양
이 평화롭다.
내가 서 있는 이 세상과 눈 내리는 저세상이 유리창 하나
로 까마득 멀게만 느껴진다.
keyword
병원
노인
세상이야기
콜라나무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구독자 0명이어도 씩씩한. 잘 못 써도 그냥 글쓰기를 좋아해요. 응원해 주세요.
구독자
22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2022.02.16.(목)
92세 노인의 말씀: 웃으면서 즐겁게 삽시다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