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열차> 김환기
작품을 보면 마치 콩나물시루 같은 열차가 레일 위로 달려간다. 객차에도 사람이 넘쳐 열차 지붕 위로 올라간 사람들, 화물칸에 불안하게 몸을 실은 사람들에게서 전쟁의 공포와 불안함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림 속 사람들은 얼굴의 표정이 그려지지도 않았지만 겁에 질려있다는 게 잘 느껴진다. 아니 오히려 표정이 없어 더 겁에 질려있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피난열차는 김환기의 부산 피난시절 대표작으로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모르고 봤을 땐 색채도 밝은 원색을 사용하고 단순화시켜 묘사된 기차와 사람들 때문에 예술적으로 매력을 못 느끼고 그다지 감흥이 없었지만 작품의 제목과 어떤 상황을 그린건지 알고 나서는 깊은 여운이 남았다.
작품 발표 당시 일각에서는 그림체가 너무 단순해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고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난 서툴러 보이는 그림체가 마치 어린아이가 그림을 통해 전쟁 속 장면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오히려 그림체가 단순하기에 그만큼 전쟁의 실상과 고통을 대중들에게 어렵지 않게 알릴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