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아름다움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by 다크브라운

1.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혼자 있는 순간에도 말 없는 타인을 떠올리며 사고한다. 그만큼 ‘소통’은 인간 존재의 전제다. 소크라테스는 한때 문자의 발전을 두려워했다. 그는 말이 아닌 글에 의존하게 되면 사람들은 진짜 지식을 자기 머릿속에 품는 대신, 문자에 저장된 지식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인간은 멍청해질 것이라 믿었던 거겠지.


2.하지만 나는 감히 소크라테스가 놓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자와 기록은 단지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다른 시대의 사람들과 조용히 대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읽으며 오래전 누군가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문장과 감정을 엿보고, 나 역시 그 세계에 나의 생각을 덧붙인다. 글이란 시대를 건너는 목소리이며, 침묵 속에서 이어지는 사유의 흔적이다. 그래서 글을 읽는다는 행위는,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선택 중 하나라고 믿는다.


3. 이런 맥락에서 나는 오늘도 쓴다.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글쓰기라고 답한다. 물론 독서도 나에겐 큰 즐거움이지만, 무언가를 직접 적는 행위에서 느끼는 몰입은 그와 또 다른 종류다. 언제부터 이렇게 좋아했을까. 아마도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외롭고 긴 고독 속에서, 나는 일정하게 블로그에 내 생각을 올렸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은 내 안의 생각을 꺼내고 정리하는 나만의 의식이었다. 시험은 떨어졌지만, 그 시기에 내가 얻게 된 가장 큰 성취는 ‘글을 쓰는 습관’이었다.


4. 시간은, 흔히 과거·현재·미래로 나뉘는 세 덩어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건 그 구분이 얼마나 허상인지에 대한 확신이다. 오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다시 꺼내어 말 걸고, 그 대화는 내일의 나에게 닿는다.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글은 그때의 나를 보존해 준다. 결국 시간은 서로 다른 셋이 아니라, 같은 내가 지나가며 남긴 무늬일지도 모른다.


5.나는 하루에 평균 30분 정도 글을 쓴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면,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완성이라는 단어는 사실 부정확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은 다듬어진다. 무엇보다 글쓰기가 좋은 이유는, 그것이 ‘비교의 세계’에서 벗어난 나만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비교하며 산다. 누군가는 그것으로 우월감을, 또 다른 누군가는 절망을 얻는다. 나 역시 안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그런데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나는 비교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도 없다. 나는 그저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하루를 기록한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작은 성취감이 나를 감싼다. 그 보상은 즉각적이지 않지만, 꾸준한 반복 끝에 놀라운 변화를 안긴다.

예전보다 훨씬 유연해졌고, 생각이 단단해졌다는 걸 문득문득 실감한다. 특히 글을 쓸 때보다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 차이를 느낀다. 단어를 고르는 속도, 말의 무게, 사유의 방향이 예전보다 부드럽고 깊다. 내게 글쓰기는 어떤 보상 시스템보다도 확실한 성장의 증명이다. 나는 매일 30분씩, 일주일이면 210분, 일 년이면 10,950분, 곧 182시간 넘는 시간을 글에 쏟는다. 이 정도로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왔다면, 그만한 변화가 생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6. 그래서 나는 믿는다. 중요한 것은 한순간의 몰입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에도 자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글쓰기는 나에게 매일 똑같은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특별하지 않은 문장, 평범한 감정, 대단하지 않은 하루들이 조용히 쌓였고, 어느 순간 그 조용한 반복들이 내 사고의 모양을 바꿔놓았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지만, 어제의 나와는 다르다. 꾸준함은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를 바꾼다. 그것은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확실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잊지 않는다면, 삶은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해간다.


7.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자의식 과잉이네.”

“네가 그렇게까지 유연한 사람은 아니잖아.”

그래, 맞다.

하지만, 그래서 뭐?

나는 그냥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내가 좋다.

어제보다 조금 더 유연해졌다는 이 조용한 확신은, 나만 알 수 있는 진실이고, 나만 느낄 수 있는 변화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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