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

지하철

by 다크브라운

조바심의 쓸모 없음에 대하여


지하철을 타고 가던 어느 날, 나는 약속 시간에 여유롭게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이미 몇 분 단위로 계산해 둔 도착 시간을 알면서도, 마음은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했다. 객차 안에 앉아 있으면서도 손은 무의식처럼 움직였다. 핸드폰을 켜고 지하철 도착 시각을 확인하고, 다시 화면을 닫은 뒤에도 몇 분 지나지 않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결국 나는 그날 늦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약속 시간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왜 나는 그토록 집요하게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었을까?


지하철의 운행은 내 손아귀에 있지 않다. 이미 정해진 선로 위를 정해진 속도로 달릴 뿐이며, 내가 눈을 감든 뜨든, 핸드폰을 들여다보든 내려놓든, 결국 같은 순간에 도착역에 닿는다. 내가 불안에 시달린다고 해서 전동차가 더 빨리 달려주지 않는다. 내가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시계 바늘이 멈추는 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현실의 흐름과 따로 놀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억지로 당겨와 현재 속에 밀어 넣고 있었다.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이 작은 경험은 어쩌면 내 삶의 습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미래를 앞당겨 확인하려 하고, 불확실한 것들을 눈앞에 끌어다 두려 한다. 하지만 도착할 곳은 결국 도착하게 되어 있고, 이루어질 일은 결국 제 시간에 이루어진다. 내가 안달한다고 해서 필연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은 ‘확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잠시나마 안도감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마치 바닷물 한 모금을 들이켜 갈증을 달래는 것처럼, 더 큰 갈증을 낳을 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운명이란 어쩌면 이런 식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무력하게 주어진 길이라기보다, 우리가 조바심을 내든 내지 않든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어떤 리듬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며 서 있을지를 정하는 것이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불안을 되새길 수도 있고,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를 수도 있다. 불필요한 조바심은 내 시간을 바꾸지 못한다. 다만 나의 호흡을 흐트러뜨리고, 도착까지의 여정을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삶의 많은 장면이 그렇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혹은 미래의 불확실한 길 앞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습관처럼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듯 불안을 확인한다. 그러나 그 불안이 우리의 도착을 앞당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도착은 예정되어 있고, 우리의 몫은 그 예정된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통과할 것인가라는 물음뿐이다. 그러나 어쩌면 조바심에도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불안은 나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살아가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기다림 속에서 느껴지는 초조함은, 여전히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누군가를 향해 가고 있으며, 도착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바심은 쓸모없으면서도,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다. 그것은 도착지보다 여정을 더 선명하게 의식하게 만드는 작은 그림자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목적지에 닿는 순간보다, 그곳으로 향하며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었는지가 사실은 더 진짜 나를 드러내는 건 아닐까. 운명이란 어쩌면 도착 자체가 아니라, 그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의 떨림 속에서 비로소 얼굴을 내미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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