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철학의 소상공인으로 투자자

철학자는 개념을 만들고, 투자가는 개념을 거래한다.

by 자본주의 해커톤


요즘 우리는 철학자보다 투자가가 더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바꿔보면, 그 둘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 철학자의 역할은 '개념을 만드는 것'


질 들뢰즈는 철학을 "개념을 창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철학자는 사물의 본질을 설명하는 ‘개념’을 만들고,


이 개념은 우리가 현실을 해석하고, 방향을 정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도구가 된다.


‘자유’, ‘존재’, ‘시간’, ‘되기’…


이 모든 추상은 단어 그 이상, 사유의 틀이었다.






� 그렇다면 오늘날의 투자가는?


오늘날의 투자가는 무언가 물리적인 것을 소유하거나 직접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는 기호화된 자산, 즉 상징과 정보, 구조화된 미래 기대값을 거래한다.


그래서 그는 마치 철학자처럼 ‘개념’을 사고판다.


예를 들어보자:



AI ETF를 산다는 것은 'AI 기술이 미래의 가치를 이끌 것'이라는 개념에 투자하는 것이다.


친환경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사회적 개념의 확산을 믿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산다는 것은 ‘중앙화 시스템이 아닌 자유화된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철학적 전제를 사는 것이다.







� 철학의 소상공인들


과거의 철학자들은 개념을 만들었고,


오늘의 투자가들은 그 개념들을 ‘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거래하고 가공한다.


그들은 말하자면,


철학의 소상공인들이다.



누구는 리스크란 개념을 쪼개어 파생상품으로 만들고,


누구는 ‘레버리지’라는 시간 철학을 이용해 수익을 당겨온다.


누구는 자산을 분할하고, 분산하고, 연결하며 일종의 **‘사유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그들의 손에 있는 건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니라,


**서사(narrative)**와 개념의 유동성, 심리의 벡터다.





� 우리는 지금, '기호 자본주의'에 살고 있다


보드리야르는 이것을 ‘시뮬라크르’라고 불렀고,


가이 드보르는 ‘스펙터클의 사회’라고 불렀다.


실물보다 기호가,


사실보다 ‘이야기’가,


효율보다 ‘의미’가 더 강력한 가치를 갖는 세계.


이 세계에서 투자가는 예언자가 아니며, 기술자가 아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사유의 조각들(개념들)**을 조합해


자신만의 철학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 결론: 투자의 본질은 결국 철학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투자하고 있는 그 대상은


어떤 개념 위에 서 있는가?


그것은 단순히 가격이 오를 대상인가,


아니면 현실의 해석 틀인가?


철학자는 개념을 창조한다.


투자가는 그것을 이해하고, 배치하고, 분산한다.


그러니 어쩌면


현대의 투자가는


철학의 실천가,


혹은 개념의 소상공인이 아닐까.




keyword
이전 03화투자가는 왜 부자가 되고, 왜 어떤 투자는 실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