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아프다면?

병원 약국 물리치료소 체험기

by 오클랜드방랑자


아이가 목이 삐어서 아프단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몽키바를 하다가 한국인 남자애가 잡아당겨서 넘어지는 과정에서 목을 기둥에 부딪혔다고 한다. 키위 남자애들은 앞에 사람이 있으면 excuse me부터 외치는 매너짱이라는데, 한국인 남자애들은 한국인 여자애들 보면 그냥 밀치고 밀어버리고 과격하게 논다고 한다. 왜 그러니들 흑흑. 화가 치밀었지만 우선 진정하고 병원을 갈지 좀 더 지켜볼지를 결정해야 했다.


다친 당일은 병원 가기가 시간이 애매해 좀 참아보기로 했는데, 진통제 먹는 것도 거부해서 그런가 다음날은 목이 아프다고 울면서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정규수업까지는 참았는데 방과후수업은 못하겠다고. 할 수 없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다 마치치 못하고 오후 4시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가는 길에,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목이 아파서 우리 병원 간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선생님이 그 아이 담임 선생님께 내일 얘기해서 주의를 주겠다고 하신다. 다음날 만난 담임 선생님 왈, "해당 학생 담임교사에게 아이에게 주의를 주라 얘기했고,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전화해서 주의를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세심하게 챙겨주셔셔 감사합니다, 선생님!!!을 외쳤다. 과하게 바라는 거 없고, 조심하게만 놀면 참 좋겠다.


학교에서 가까운, 예약하지도 않아도 되는 Westgate medical centre로 향했다. 매일 오후 8시까지 진료를 보는 데다 예약을 받지 않고, GP(주치의) 없는 무등록 환자도 받아줘서 단기체류 외국인으로서는 너무 편리한 곳이다. 참고로 2년 이상 워크비자가 있는 사람 이상만 GP 지정이 가능하다. 그 이하의 단기체류자는 GP 없이 casual patient로 진료받을 수 있다. 무등록 환자는 받지 않는 병의원도 많으니 반드시 웹사이트나 전화로 확인한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내원 후 일단 기본 양식부터 작성하고, 보호자 및 아이 여권과 비자(비지터/학생)를 제출하고, 잠시 대기했다. GP가 없는 무등록 환자면 casual patient로 접수하면 되는데, 우리는 non residents 외국인이라 진료비가 250NZD 정도로 많이 나온다고 안내받았다.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망설이면서, 그럼 좀 더 참아볼까?(아이가 아픈데 참는다니 are you sure? 하면서 놀란 직원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상황 설명을 하니(학교 운동장에서 놀다 다쳤는데 조금 삔 것 같다), 좀 더 값싼 injury(100NZD)로 진료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친절한 인도계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보셨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살짝 삔 것 같다. 진통제 원하면 처방해 주겠다. 그리고 ACC(사고치료보상) 넘버도 줄 테니 물리치료 나을 때까지 받으면 된다." 물리치료를 어떻게 받는지 모른다고 하자(정형외과 내 물리치료를 받는 우리나라와는 체계가 다르다) 예약하고 이용하는 법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한국과 달리 의사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ACC 넘버를 받아 물리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약은 PAMOL(파라세타몰-타이레놀 계열의 진통해열제)을 처방받아 약국에 들렀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흔한 unichem 프랜차이즈 약국이다. prescription 쪽으로 가서 처방전 넘기고 기다리니 약을 준다. 약값은 무료다. 주소로 신원을 확인한 뒤 약을 받고 귀가했다.


물리치료는 우리나라처럼 정형외과 안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물리치료(physiotherapy)를 할 수 있는 치료소를 찾아 예약한 뒤 시간에 맞춰 방문해서 30분 정도 물리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보다는 번거롭지만 물리치료사가 정형외과에 종속되지 않고 단독 개원할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좋은 제도다 싶다.


병원 다녀온 다음날인 금요일은 예약이 꽉 차 토요일 문을 여는 westgate 진료소 옆 sports&spinal 물리치료소로 토요일 오전, 예약을 잡고 방문했다. ACC 넘버가 적힌 서류를 가지고 오지 않아 다시 집에 가는 바람에 5분 정도 지각했지만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반겨주셨다.

잘생긴 젊은 남자 물리치료사 선생님, 너무 친절하고 좋았다. 30분 정도 목 부위 마사지 스트레칭을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 가르쳐주셨다. 너무 아프면 열치료(한국 물리치료실에서 자주 보는)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안 받아도 되겠는지 직접 목 스트레칭 마사지를 계속해주셨다.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선생님이라 오클랜드 내 한식당 맛있는 곳도 추천받고, 즐거운 small talk도 이어갔다. 보통은 3번 정도 물리치료를 받는데, 아이는 두 번(그다음 주 포함) 물리치료를 받으니 괜찮아져서 그만 와도 된다고 물리치료를 '졸업'시켜주셨다. 물리치료비는 회당 35NZD.


실비 보험(유학생 보험) 청구하려면 진료비/약값 영수증(receipt for insurance claim)/진료확인서(Doctor's note) 꼭 챙겨야 한다. 병원/물리치료소에 말하면 준다. 물리치료소는 두 번 진료비를 모두 포함한 인보이스로 받았다.

우리는 orbit 보험을 들어 해당 보험사 홈피에 들어가 등록을 한 뒤 로그인 하고, make a claim으로 들어가 세부사항을 입력하고, 관련 서류 업로딩 해 실비 청구를 마무리했다. 진료비+약값+물리치료비 모두 합해 170 NZD를 썼는데, 몇 주 뒤 실비보험에서 전액이 입금됐다.


뉴질랜드 병원 약국 물리치료 체험도 해보고 아찔했지만, 그래도 빨리 나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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