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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ug 05. 2023

1년차_2023 OPENing 여름감기

"지독하다 앓다가 미련 없이 보내는..."

**이 글은 작품의 대한 저의 주관적인 분석입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제목: 여름감기

형식/장르: 단막극 (70분)/ 멜로


2022년 오펜 단막 당선작, 서현주 작가님의 '여름감기'를 시청했다. 이전부터 O'PENing (오프닝)을 시청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일단 편성시간이 늦은 편이었고 OTT를 사용하지 않는 고인물 로서 (더 글로리가 나왔을 때 잠깐 NETFLIX에 가입한 것 빼고 없음) 선뜻 찾아보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난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여름감기'를 시청하게 된 이유는 나의 수업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선생님께서 대본과 영상을 함께 보며 공부할 것을 추천하셨고. 두 번째는 작가님이 선생님의 많은 제자 중 한 명이셨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작가님의 글을 높게 평가하셨고 (글을 잘 쓰는 작가라 칭찬하셨다), 나는 그 의미가 정확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실제로 수업 중 '글을 잘 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여쭤보기도 했다.)


방송당일, 10시 38분이 된 시점에도 이거를 시청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일단, 시나리오와 대본을 읽고 예고편을 봤을 때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이야기는 아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우울하고 절망상태에 있었고, 내용도 무거웠기 때문에 무자비하게 소모될 나의 감정들이 걱정됐었다. 내가 정말 이 많은 감정소모를 하며,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늦은 밤까지 깨어있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선공개, 영상에 나온 박지환 배우가 굴러가는 사과들을 막기 위해 다리 찢는 장면을 보고, 그래도 너무 우울하지는 않겠구나 싶어 볼 용기가 생겼다.



여름감기 포스터


대본과 함께, 씬 바이 씬 (Scene-by-Scene)을 비교하며 시청하였다. (대본은 "2022년 오펜 대본집, 단막"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s://open.tving.com/Folio/Achieve_Download)


#1 시나리오

"차마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밤입니다." (여름감기 pg2)

줄거리를 편지의 형태로 적혀있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이 잘 담겨있어서, 전반적인 이야기와 잘 어울렸고 몰입도가 높았던 것 같다.


#2 대사

대본을 읽으며, 대사에 공을 엄청 들인 작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중, 선생님께서 드라마는 대사가 +/- 80%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의 주된 것이 대사라는 이야기였다. 대본 상, 캐릭터들의 심정을 세심하게 잘 담아낸 대사들이 주를 이뤘고, 여러 감정중 단연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정말 아름답게 잘 담아내셨다고 생각했다. 기억의 남는 대사로는 진도의 노른자 대사를 뽑고 싶다.


"만약 저를 깨면요. 그니까 달걀처럼 저를 톡! 하고 깨면 말에요... 아마도 먼저 간 집사람이 나올 거에요. 노른자 처럼... 못 해준게 너무 많아서... 너무 아프기만 하다 가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진도, 여름감기 pg 23)


그리고 이러하였기 때문에... 절반이상? 아니 대략 70프로? 대사가 잘려나간 영상을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다. 물론, 수정된 비율을 정확히 계산해 보지 않았기에, 위의 퍼센테지 보다 훨씬 낮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대본과 영상을 비교했을 때, 대본의 비해 대사가 현저희 많이 줄어든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씬이나 캐릭터 자체가 통째로 바뀐 것도 있었고, 대본과 영상이 매칭되는 씬에도 대사가 잘려나간 것도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 입장으로서 대사가 너무 무지막지하게 잘려나가 조금 당황스러웠고 아쉬웠다.


#3 캐릭터

대본에 나온 김동탄, 짜글이, 삼촌, 호남이라는 캐릭터는 짜글이라는 캐릭터로 함축이 되었고 또한, 장성자와 오순영의 캐릭터도 대폭 수정되었다.


이 드라마의 단점은 아쉽게도 차인주가 너무 예뻤다는 그리고 여리여리 해 보인다는 점이다. 살벌하게 느껴져야 할 장면에도, 차인주라는 캐릭터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그녀의 미모를 부곽 하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배우가 엄지원 배우다 보니, 미모를 가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엄지원 배우 덕분에 '첫사랑'이라는 이미지는 시작부터 사수했던 것 같다. (내가 봐도 생김새가 첫사랑...) 덕분에 드라마가 본대본의 비해서 영상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고, 자연적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사랑'이야기에 더 잡 중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제작진은 드라마를 "여름한정 순정 누아르"로 소개했다. (나무위키, 여름감기) 첫사랑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가, 장성자와 같은 직업에 있음에도 인주의 악랄한 모습보다는 쓸쓸하고 외로운 캐릭터가 더 부각되었고, 이 과정에서 인주는 너무나 과묵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말이 너무 없어...) 여기에다 다소 차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순애보의 강진도 (박지환 배우)를 붙여놓으니, 로맨스 장르에 가장 중요한 둘이 함께 있는 씬에도 둘의 대화 그리고 관계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이에 비해 장성자 캐릭터는 정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정도로 섬찟하고 무서웠다. (길햬연 배우는 '괴물'에서도 어마무시했는데, 여기서는 더 소름 끼친다)."장성잔, 사람 눈깔 아냐. 두 눈에 오만 잡귀가 드글드글하다고" 라며 순영이 장성자를 설명하는데. 정말 장성자는 딱 저 대사느낌 그대로이다. 거기에 죽은 딸의 설정까지 들어가니, 이 단막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인주가 나오는 씬은 다 기억 못 해도, 오인자가 나오는 씬은 전부 다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짜글이 (조동인 배우)도 만만치 않았지만, 장성자라는 캐릭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오순영이라는 캐릭터도 좋았는데. 대본에는 조금 더 따듯한, 진중한 느낌이었는데 (내가 잘못 파악했을 수도) 황보라 배우를 더하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어두운 드라마에는 밝고 코믹한 조연이 숨통을 튀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황보라 배우가 바로 그 숨통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주와 진도에 있어서 조금 더 대본대로 갔다면 관계성 성립이 잘 되었을 것이고 그들의 관계가 더 깊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스토리

아무래도 대본자체가 어두웠기 때문에, 이야기를 조금 밝게 바꾸는 각색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실제로 이 단막에는 정말 여러 가지의 범죄 (살인, 마약, 성폭행 영상, 불법사채, 등등)이 나오는데, 각색작업에서 진도의 딸 하연은(소아린 배우) 성폭행영상 피해자가 아닌, 남자 친구에게 돈을 사기당한 이로 인해 돈이 필요한 인물로 나온다. 난 범죄의 범위를 줄인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단편에 위 많은 범죄가 다 나왔으면 너무 우울해서 끝까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용문제도 고려해야 됐던 것 같다. 대본 마지막에는 자동차 추격씬이 나오는데, 추격씬이 촬영도 어려운 것도 있지만 비용도 많이 든다고 들었다. 이로 인해, 갈등의 장소가 순영이 운영하는/했던 클럽으로 나오고 추격전에서 주먹싸움으로 바뀌기 때문에 인주와 진도의 마지막 대치 장면도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본에서는 진도가 인주를 구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인주가 진도를 위한 선택을 한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가져가자면 이 구도가 맞는 것 같다.


대본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S#90 진도의 국숫집"에 하연과 진도의 대화였고 (드라마 상에는 진도만 나왔다) 드라마에서 가장 강렬했던 씬은 장성자가 인주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장면이었다.


#마지막 평

대본이 무자비하게 난도질(?) 당한 것 같아 작가지망생으로서 마음이 조금 아팠다. (글 쓰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잖아, 그렇지?) 당연히 제작팀, 연출팀, 배우들 그리고 작가님까지 모두 상의해서 결정하신 거겠지만 그럼에도 그 많은 대사!!! 그 좋던 대사가 너무 많이 잘린 것 같아 너무 아쉽다. 하지만 영상미는 좋았고, 노른자 대사는 특히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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