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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Apr 26. 2022

거꾸로 가는 시계, 중국 공산당 part 3

헝다그룹 경영을 통해 보는 중국 비즈니스의 위기와 기회

본 내용은 2021년 10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제335호에 수록된 『360조 원 빚과 함께 추락한 방만 경영, 중국의 정책 역주행 대비 전략이 교훈』의 순화되고 검열되지 않은 원문 입니다.

part 1 부터 보기


중국 경제와 공산당 정책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세 가지 있다.


공부론(共富論)

대동사회(大同社會)


의법치국(依法治國)


아마 중국 정치와 경제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론 기사와 자료들을 통해 이를 어렵지 않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어제오늘 생긴 단어와 개념들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 중국 철학에서 이어져 내려온 단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온포사회, 소강사회, 대동사회는 유가(儒家)에서 나온 개념이다.


의법치국은 법가(法家) 한비자(韓非子)의 통치 철학인 이법치국(以法治國)과 교묘히 닮아있다.


그나마 공부론이 가장 최근에 생겨난 단어이며, 이 또한 많이들 착각하듯 시진핑이 만든 것이 아니라 마오쩌둥의 것이었다.


이 개념들은 오묘하게 이어져 있기에 ‘역추적’을 통해 그 개념들을 이해하고 나면 작금의 중국이 벌이고 있는 일들과 미래의 중국이 가려고 하는 목적지가 보인다.


공부론은 중국 공산당의 아버지로 불리며 중국 공산당의 첫 총서기이기도 한 마오쩌둥에 의해 주창되었다.


말 그대로 ‘모두 함께 잘 살자’라는 단순한 단어이지만 그 말을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들은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정, 경, 법뿐만이 아니라 인류 사회 전반에 걸친 고차원적 연구와 제도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당시의 어쭙잖은 정치가와 수준 낮은 인민들에 의해 철저히 실패했다.


마오쩌둥 이후 중국을 책임지게 된 덩샤오핑은 그래도 지성과 지혜가 있었다.


사회주의라는 국가 이념에 이율배반일 수 있는 ‘선부론(先富論)’을 들고 나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가면으로 가리우고 공부론은 “일단 넣어둬“ 하기로 한다.


한자(漢字)가 그러하듯 선부론의 선(先)은 참으로 다양한 방식의 이해가 가능하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기 전에 우선 나눌 것부터 챙기자’이기도 하며,


‘당장은 모두가 똑같이 부자가 될 수는 없으니 잘 벌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벌어라’ 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중국은 평등과는 무관하게, 사회주의와도 별 상관없이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들어섰다.


하지만 배신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


덩샤오핑은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유가(儒家)에서 차용해온 총 세 단계로 정리한다.


온포사회(溫飽社會)-소강사회(小康社會)-대동사회(大同社會).


중국은 현재 몹시 춥고 배고파서 온포사회 건설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100년이 흐른 뒤 분명 우리는 모두가 행복한 문명국인 소강사회를 거쳐 다시 공부론을 꺼내 들 수 있는 유토피아로 갈 것이다.


공자가 이야기한 대동사회는 기실 사회주의가 말하는 유토피아와 심하게 맞닿아있다.


그것은 간략하게만 정리해 보아도 깜짝 놀랄만한 복지 천국이다.


“천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믿음과 화목이 있으며 자신의 부모만을 부양하지 않고, 자신의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노인은 주어진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성인은 일할 곳이 주어지며 아이들은 자랄 곳이 마련되어 있다. 과부, 홀아비, 고아, 장애인과 병자는 모두가 함께 부양하며 재물을 버리지도 쌓아놓지도 않는다. 권력은 강력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행하여지지 않는다. 도둑이 사라지고 세상이 안전하니 문을 닫지 않고 사는 그 세상을 대동(大同)이라 이른다.”


그리고 오늘날, 시진핑 정권의 중국 공산당이 허무맹랑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엄청난 세계관과 원대한 목표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서, 나는 당과 인민들을 대표하여 엄숙하게 선포하길, 우리는 이미 소강사회 건설을 실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은 제2의 목표를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 2021년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


근데 여기서부터 좀 이상해진다.


분명 공동부유의 대동사회 건설을 부르짖으며 그 방법론으로는 ‘무위지치(無爲之治)’가 아닌 ‘의법치국(依法治國)’을 들고나온 것이다.


‘무위지치’는 덕치(德治)를 근간으로 하는 유가의 통치 철학으로, 위정자의 덕이 크다면 백성은 통제받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며 통치될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대동사회는 그렇게 이룩되는 것이라 공자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게 중국에서 될 법이나 할 소리인가.


중국의 지니계수(소득분배지표 중 하나로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 0.5 이상 일 때 폭동과 같은 사회 붕괴 현상 발생 가능, 중국의 경우 1997년 0.37, 2019년 0.46, 현재 0.60 이상으로 추정)는 이미 한계에 몰렸다.


폭발적인 경제 발전이 끝나며 억지로 지켜내고 있는 뉴노멀의 시대는 흡사 파티가 끝나 조명이 켜진 클럽과도 같이 적나라함과 어수선함이 가득이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을 물리적으로 해쳐나갈 수단과 방법은 많지 않다.


그렇게 본다면,


그나마 법가의 ‘이법치국(以法治國)’이 중국의 국정 운영에는 현실성이 있다.


법가의 ‘이법치국’과 시진핑의 ‘의법치국’은 ‘이(以)’와 ‘의(依)’ 각각의 한 글자가 틀리다.


있는 그대로 직역을 해보면 ‘법을 이용한 통치’와 ‘법에 의존한 통치’로 해석이 된다.


법가가 가진 독재적 냄새를 빼기 위해 중국의 석학들이 나름 노력한 티가 역력하다.


많은 학자들이 ‘의법치국’을 legalism으로 해석하며 법률을 통한, 법률에 의한 국가 운영이라 해석하고 들 있지만 법가를 현대화한 것으로 본다면 이 해석은 옳지 않다.


오히려 여기서의 ‘법(法)’은 system이라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단순한 운영 시스템이 아니라 권력 시스템을 지칭한다.


법가의 법은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거쳐 중국 땅에 다시 등장한 법가의 도(道), 가리고 감췄지만 결국 여기서의 법은 ‘공산당’을 지칭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당(多黨) 중 집권당이 결정되고, 그 당과 국가 대표에 의해 운영되는 국정과 국가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인치(人治)로 상정하며 배격하고 철저히 공산당을 통해 원론적으로 통제되고 운영되는 중국의 정경제를 천명한 것이다.


법가는 총 세 개의 주장이 한비자에 의해 통합된 것이다.


권력 및 관계에 의존하는 세(勢)

지혜와 모략에 의존하는 술(術)

조직적 통치에 의존하는 법(法)


그리고 한비자는 이 셋은 따로 일 수 없으며 하나일 때 완전해질 수 있다 하여 셋을 합쳐 법가로 통일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전능(全能)’이라 읽을 수 있다.


성선설이라는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 유가와 달리 법가는 성악설(性惡說사람은 타고난 본성이 악하다는 순자의 윤리 사상)을 기초로 한다.


그렇기에 법가는 인간사회가 근본적으로 개도가 불가능하고 중앙집권적, 관료적인 공포정치, 상벌정치를 통해 체계적으로 통치하여 부국강병을 이루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


그곳에는 강력한 권력과 복종 외의 차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황제의 부활


이러한 법가가 진시황제의 진나라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까닭은 상당히 흥미롭다.


유가, 도가, 묵가의 장점들을 최대한 차용하여 완성된 법가였지만 그 힘과 파급력이 너무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법가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주체의 성숙도, 완성도에 따라 상대를 굴복시킬 수도 있고, 주체 스스로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미완한 주체가 섣불리 뽑아 들었다가는 스스로 만든 법에 갇히고 성난 민심과 맞닥뜨리며 광장의 길로틴에 목을 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가의 통치 철학은 그 본 모습을 숨기고 여러 사상 뒤에 숨어, 때에 따라 차용된 일부분들로 여러 정권들에 활용되어 왔고 이렇게 본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 본 적이 없었다.


섣불리 꺼내든 전체주의에 스스로 무릎을 굽혀야 했던 마오쩌둥 이후 시진핑 정권에서 의해 다시금 소환한 법가의 통치 사상을 보며 시진핑의 공산당이 가진 그 절박함과 자신감에 소름이 돋는 이유이기도 하다.


part 4 마지막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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