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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와 딱새 수컷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이번 모임은 나름의 이유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 대신 집에서 그려 보기로 했다. 히어리님이 만병초 잎눈과 딱새라며 두 가지 사진을 올렸다. 어떤 걸 그리고 싶은지 우리의 의견을 물었다.

나는 두 사진 모두 의아스러웠다.


나는 만병초가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잎을 돌돌 말아쥔 채 추위를 온몸으로 맞는다고 알았다. 그런데 히어리님이 찍어 올린 사진에는 잎 없는 빈 가지에 잎눈만 있는 듯 보였다.

이상한다는 내 말에 히어리님은 사진에 파란색 원으로 표시해서 보내주셨다.

그제야 웅크리고 모여있는 잎들이 보였다. 자세히 보지 못했고, 만병초는 모두 똑같다는 함정에 빠져 있었다. 생명체이니 그 나름의 사정에 의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나의 짧은 지식의 함정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그런데 딱새 수컷이라고 올린 사진은 아무리 봐도 곤줄박이였다.

곤줄박이는 나하고 참 친하다. 내가 산에 가서 누워 있으면 내 배 위에 올라와 놀기도 한다. 내가 손을 펼치면 위에 올라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도시락을 먹으면 내 앞에 와서 콩이라도 줄까 하고 기다리고 있다. 다른 새는 몰라도 곤줄박이는 잘 안다고 여겼다.

분명 히어리님이 올린 새는 곤줄박이인데 히어리님이 딱새 수컷이라고 한다.


덜컹,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검색해서 찾아보고 이내 히어리님이 곤줄박이가 맞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내 친구를 몰라보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니 말이다.


이번에 그릴 그림으로 우리는 망설임 없이 곤줄박이와 딱새 수컷을 비교해 그려보기로 했다.

이 기회에 곤줄박이와 딱새 수컷의 생김새를 자세히 알아보자고 했다.


곤줄박이와 딱새수컷.jpg 왼쪽은 곤줄박이 오른쪽은 딱새 수컷



곤줄박이는 히어리님이 찍은 사진이고 딱새 수컷은 검색해서 찾았다. 따로 있는 사진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위치를 잡는 일부터가 고민이었다.

서로 한 방향을 보고 있으면 등을 돌린 듯 보일 것 같아 싫었다. 둘이 마주 보고 있는 그림으로 자리를 잡았다. 똑같은 높이에 있으면 생동감이 떨어질 듯했다. 딱새 수컷을 조금 낮게 자리를 앉혔다.


곤줄박이는 검은 머리다. 얼굴은 베이지색이 도는 흰빛이다. 목에는 검은 줄이 있다. 몸통은 적갈색이다. 날개는 회색이다.

딱새수컷은 머리가 옅은 회색이고 머리끝으로 갈수록 진한 회색이다. 얼굴은 눈에서부터 목까지 까맣다. 목덜미는 회색이다. 배는 적갈색이다. 날개는 검은색에 커다란 흰 점이 있다. 꼬리가 길고 검은빛이 많다.


곤줄박이와 딱새수컷이 혼동되는 가장 큰 이유는 크기가 비슷해서 일 것 같다. 둘 다 8센티미터 내외, 참새 크기와 엇비슷하다. 몸통 색깔도 적갈색이어서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또한 위치는 다르지만 검은색이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곤줄박이와 딱새는 같은 참새목이다. 하지만 곤줄박이는 박새과고 딱새는 솔딱새과다.

과가 같으면 친척인 모양이다. 친척끼리는 서로 꺼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곤줄박이는 무리 지어 사는데 그 옆에는 늘 박새가 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땅콩을 가지고 가서 새에게 먹이를 준다. 가장 많이 날아오는 새가 곤줄박이고 그다음이 박새다. 둘은 먹이를 놓고 다투지 않고 먹고 간다. 하지만 딱새가 나타나며 쫓아낸다.

곤줄박이가 왜 딱새를 쫓아내는지 잘 몰랐다. 그저 나는 '같이 먹어.' 했을 뿐이다.

이제 보니 곤줄박이와 딱새의 과가 달라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딱새는 곤줄박이와 달리 무리 지어 살지 않는다. 심지어 암수가 같이 있는 모습조차 보기 힘들다. 혼자 살며 가지 끝이나, 전망 좋은 곳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꼬리를 까딱거린다.

딱새는 암 수의 생김새, 아니 빛깔이 많이 다르다. 딱새 암컷은 전체가 갈색이다.



그림에서 딱새 수컷은 발가락으로 가지를 꽉 움켜쥐었다. 곤줄박이는 80도 가량 기울어진 나무 위에서 딱 버티고 서 있다.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손 위로 처음 새가 올라와 앉았을 때 그 느낌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 가느다란 발로 내 손을 꽉 움켜쥐는데, 오돌토돌한 그 느낌을 뭘로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가슴이 뽀개질 정도로 벅찼다는 것은 확실하다.


히어리님이 그린 그림을 올렸더니 댓글을 달아주었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한 절대 개를 그릴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글귀라며 올렸다.


우리가 이렇게 그림을 계속 그리는 이유가 바로 자연을 좋아하고 알고 싶어서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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