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솔씨와 솔방울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멀리 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소나무는 흔히 본다. 이즈음이면 누구라도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을 한 번쯤은 밟아보았을 거다.

오늘은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친 솔방울을 그려보기로 했다. 솔방울 안에 빼곡히 박혀 있다가 날아간 솔씨를 더듬어 그려보기로 했다.


솔씨와 솔방울.jpg


오른쪽 세 개는 솔씨다. 씨앗을 머리 삼아 날개를 단 새 같은 느낌이다.

가운데 있는 솔씨는 씨앗과 분리된 모습이다. 솔씨가 떨어진 것을 그리지 못한 아쉬움에 그림이 다 완성되고 끼워 넣듯 그려 넣었다.


왼쪽 위는 종자솔방울이다. 건조한 겨울이어서 솔방울이 벌어졌고, 솔씨들은 바람을 타고 날아갔을 거다.

왼쪽 아래는 솔잎이다. 솔잎이 2개이니 소나무다. 리기다소나무는 솔잎이 3~4개가 모여난다. 잣나무는 솔잎이 5개다.



소나무의 솔방울은 밑씨솔방울과 꽃가루솔방울로 나눈다.

꽃가루솔방울은 봄에 맺힌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꽃가루솔방울의 꽃가루는 바람에 날아간다. 사방이 노란 가루로 뒤덮인다.

이때 산에 갔다 오면 노란 가루가 집까지 따라 들어온다. 털어도 잘 털어지지 않는다.


밑씨솔방울은 우리가 흔히 보는 솔방울을 말한다. 밑씨솔방울은 처음엔 자줏빛이었다가 꽃가루수분을 한 후에는 녹색으로 변한다. 이것을 우리는 종자솔방울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는 갈색 솔방울이 되기까지는 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2년이 되면 종자솔방울에 솔씨가 영근다.

종자솔방울이 건조해지면 다물고 있던 방울을 벌린다. 그럼 그 안에 있는 솔씨가 날아간다. 날아가기 좋게 솔씨는 날개 하나씩을 입고 있다.

날아간 솔씨가 땅에 떨어지면 날개의 역할은 끝난다. 솔씨는 날개를 벗고 오롯한 씨앗으로 흙에 덮인다.


새해 첫 모임에 솔방울을 그려보며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다발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