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어느 산을 가더라도 만나게 되는 나무가 있다. 바로 참나무류다. 참나무에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가 있다. 참나무 6형제를 우리는 잘 구별하지 못한다. 자세히 보면 모습이 각기 다른데 왜 구별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열매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열매를 우리는 단 하나의 단어로 부른다.
'도토리'
해마다 봄이면 참나무 6형제에 대해 공부를 한다. 그런데 공부할 때마다 늘 새롭다. 그 말은 듣고 계속 까먹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 참나무를 종류별로 그려보기로 했다.
나뭇잎의 앞면과 뒷면, 열매, 수피까지 모두 한꺼번에.
그렇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나무 모습을 그릴 수는 없었다. 조금의 조작을 해서 한 자리에 모아 그렸다.
굴참나무 열매는 9월쯤 열매가 맺힌다. 참나무 중에서 굴참나무는 열매 모양이 독특하다. 열매를 싸고 있는 갓이 바늘침 모양으로 되어있다.
잎은 10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로 어긋나기로 가지에 매달린다. 잎 모양은 긴 타원형이고 끝은 뾰족하다.
색깔은 앞면과 뒷면이 다른 특징이 있다. 앞면은 짙은 녹색이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뒷면은 회색빛을 띠며 잔털이 있다. 잎의 가장자리는 노란빛을 띠며 가시모양의 잔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1~3cm 정도라 가지에 거의 달라붙어 보인다.
수피, 그러니까 굴참나무 줄기껍질은 폭신폭하고 두툼하다. 이건 코르크의 재료다. 굴피나무집을 짓는다고 할 때, 굴피는 굴피나무 껍질이 아니고 굴참나무껍질로 지은 집을 말한다.
색깔은 회갈색이고 생긴 모양은 세로로 얼룩덜룩 갈라져 있다.
가을이 되면 산에 지천으로 널린 게 도토리다.
산 입구에는 '도토리를 주워가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구르는 도토리를 보면 참지 못한다.
슬그머니 몇 개 주워 호주머니에 넣는다.
가지고 와서 딱히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을 것도 아니면서 챙겨 오는 거다. 너무 예뻐서.
집에 모아 놓은 도토리에서 하얀 벌레가 곰실곰실 기어 나오면 그 벌레도 귀엽다.
어쩜 그리 예쁘게 생겼는지.
자연에 있는 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예쁘고 참으로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