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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상수리나무4.jpg


이번 모임은 늘 만나던 장소가 아니라 별꽃님 집에서 모였다. 공공장소가 아니니 그동안 못한 수다를 떨었다. 그림은 각자 집에 가서 그리자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틈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물감을 꺼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참나무 6형제 중 최고 열매를 가졌다는 상수리나무, 오늘 우리가 그린 나무다. 상수리나무 이름은 '상실(橡實)'에서 상수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橡이란 글자가 '참'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다.

다 자란 상수리나무는 높이가 20~25미터로 높다랗고 지름은 1미터 정도이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톱니바퀴같이 삐죽하다. 앞면은 반짝반짝 윤이 나고 뒷면도 털이 없이 맨들맨들하다. 잎맥은 12~16쌍이 나란히 마주 본다. 그리고 잎의 끝까지 이어져 아주 단정한 느낌이 든다.

잎의 끝은 엽록체가 없어 희게 보이는데, 내가 그린 그림은 짙푸른 색으로 잘못 그려졌다.

굴참나무 잎과 상수리나무 잎을 구별하는 건 뒷면을 보면 좋다. 뒷면이 하얀빛과 털이 있다면 굴참나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열매는 10월에 열린다. 비늘잎은 열매 밖으로 젖혀져 있고 열매의 2분의1을 감싸고 있다. 굴참나무의 비늘잎은 열매 안쪽을 바라보고 있고 열매의 3분의 2를 감싸고 있다.


수피는 흑회색이고 진한 갈색이다. 갈라짐이 일정하여 참나무 형제들 중 가장 고와 보인다.




사실을 말하면 이번 상수리나무는 그려놓고 수정을 아주 많이 했다. 잘 그리려는 노력이 아니었다. 참나무 6형제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가져다가 붙여 그린 게 문제였다.

검색 중 참나무에 기생하는 충영이란 혹벌을 찾았다. 직접 본 기억은 없지만 너무 신기했다. 다른 혹벌과 다르게 분홍색으로 예뻤기 때문이다. 우리는 흥분했고 그림에 끼워 넣자고 했다. 다 같이 상수리나무에 충영을 그려 넣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히어리님이 더 찾아보았단다. 충영은 상수리나무에 자라는 혹벌이 아니라고. 떡갈나무나 신갈나무에 기생하는 혹벌이라고 연락이 왔다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상수리나무에 기생하는 혹벌은 어리상수리혹벌이란다.

어리상수리혹벌은 8월경쯤 상수리나무의 작은 가지에 10~20mm의 작은 밤송이 같은 벌레혹을 만든단다.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차츰 황갈색으로 변한다고 했다.



나는 상수리나무 가지에 떡하니 피어 있는 분홍색 충영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붓에 물을 묻혀 지우고 또 지웠다. 그 자리에 상수리나무 열매를 겨우 앉혔다.


그러나 나는 내심 즐거웠다. 모여서 그림을 그리는 분들과 함께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 잘 알고 그려야겠다는 다짐은 아주 쬐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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