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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딱따구리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이번 모임은 별꽃님 집에서 만났다. 그런데 그림은 그리지 않고 딱따구리처럼 떠들며 놀기만 하고 헤어졌다. 모임을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신 집에 돌아가서 우리는 쇠딱따구리를 그리기로 했다.


가족들 저녁밥을 챙기고 나니 금세 8시가 넘었다. 그때부터 쇠딱따구리 스케치를 시작하고 색칠을 끝내니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늦어 단체방에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올렸다. 그러나 괜한 우려였다. 단체방에는 기다렸다는 듯 댓글이 달리고 얼마 뒤 연달아 딱따구리 그림이 올라왔다.

다들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거였다. 마지막으로 미루나무님까지 밤 12시를 넘기지 않고 골인에 성공했다.

밤 12시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라며 즐거워했다. 마치 우리들은 딱따구리가 되어 깔깔깔 웃으며 드러밍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그린 쇠딱따구리는 딱따구리목, 딱따구리과다. 딱따구리는 우리나라에 11종이 있다고 한다. 그중 쇠딱따구리는 크기가 가장 작고 무늬도 화려하지 않다.

크기는 15센티미터 정도이니 참새 크기보다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무늬는 오색딱따구리나, 청딱따구리처럼 눈에 띄는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무줄기와 비슷한 흑갈색이 주를 이루고 윗날개에 흰색 가로줄무늬가 있는 특징이 있다.

목덜미와 뒷목 쪽이 하얗고, 배는 연한 갈색이다.

꼬리깃은 검은빛인데, 이 꼬리는 딱따구리가 나무에 매달릴 때 지줏대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발은 나무를 꽉 붙잡기 위해 X자 모양으로 움켜쥐고 있다.



나무줄기에 매달려 부리로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새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 모습만 보고도 딱따구리란 걸 금세 알아챈다. 더구나 '딱, 딱, 딱' 소리를 내니, 보이지 않아도 주위에 딱따구리가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동작을 헤드뱅잉이라고 한다. 이걸 하는 이유는 둥지를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구멍 안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 못지않게 지저귀지 못하는 딱따구리에게는 헤드뱅잉을 하며 드러밍하는 게 소통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딱따구리는 어떻게 부리로 그 단단한 나무를 뚫을 수 있을까?

물론 딱따구리는 아주 단단한 나무 대신 썩은 나무나 무른 오동나무나 아카시 나무들을 선택해서 구멍을 뚫는다. 그렇다 해도 부리로 나무를 쪼을 때 충격은 곧바로 뇌에 전달될 텐데, 딱따구리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먼저 딱따구리의 머리는 진동을 잘 흡수할 수 있게 뒤쪽 두개골이 해면체 그러니까 스펀지처럼 생겼다.

또한 혀가 길고 양쪽으로 갈라져서 헤드뱅잉을 할 때는 긴 혀를 양쪽으로 나누어 머리 뒤쪽으로 보낸다. 그 혀로 양쪽에서 두개골을 감싸 충격을 완화하다.

부리에도 비밀이 있다. 대부분의 새들은 윗부리가 살짝 길다. 하지만 딱따구리는 아랫부리가 조금 더 길다. 부리가 나무에 부딪힐 때 먼저 닿는 부위는 바로 아랫 부리라는 뜻이다. 머리로 가는 충격을 아래턱에서 상당 부분 흡수하게 된다.

1초에 15번 이상,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의 비결은 이것 말고 더 많이 있을 거다.


자연은 알며 알수록 신비한 질서 속에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귀하게 느껴진다.

더불어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복 받은 일이고 같이 하는 분들이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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