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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버들 암꽃 수꽃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버들강아지 수구루 암구루.jpg 위에 갯버들은 수꽃 아래 갯버들은 암꽃


부쩍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갯버들에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다.

갯버들은 강가나 개천에서 뿌리를 박고 산다.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옆으로 뻗고, 위로 올리고, 옆의 나무와 섞인 듯 얽히며 그 모습이 아주 자유 분방하다.



갯버들은 피자식물문이고 쌍떡잎식물문, 버드나무목이다.

갯버들은 잎이 나기 전에 먼저 꽃을 피운다. 3~4월 그러니까 요즘 하천이나 강가를 가면 갯버들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꽃이 핀 자리는 올해 새로 난 가지에서 피지 않는다. 한 해 묵은 가지, 그러니까 지난해 난 가지의 잎 달린 자리에서 핀다. 꽃은 하얀 솜털 같은 잔털이 아주 많은 타원형이다.

암꽃은 길이가 2~5센티미터이고 수꽃은 3~5센티미터로 수꽃이 더 크고 화려하다.

갯버들 꽃 사이로 벌들이 아주 많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수꽃에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수꽃 수술이 더 풍성하기 때문일 거다.

꽃이 마치 강아지꼬리털 같다고 갯버들을 버들강아지라 부르기도 한다.


잎은 길이가 3~12센티미터로 어긋나기로 난다.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잔톱니가 있다. 잎에도 잔털이 있다.


열매는 4~5월에 3밀리미터의 아주 작은 열매로 암꽃 모양 그대로 모여서 여문다. 열매껍질이 터지면 하얀 솜털 달린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갯버들, 버드나무는 우리 옛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다.

해모수와 결혼을 하고 주몽을 낳은 유화부인은 버드나무로 상징된다. 우리 신화에서 유화부인은 모신의 자리에 있다. 또한 어머니가 죽으면 상주는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풍요와 다산, 치유의 능력까지 겸비한 버드나무의 성질이 어머니의 모습을 상징하기에 안성맞춤인 나무였던 듯하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옛이야기 중에 연이낭자와 버들도령 이야기도 있다.

버드나무에는 인이 많아 밤에 보면 번뜩번뜩 불빛이 보인다고 한다. 이걸 도깨비불이라고 사람들은 여겼다.

그러니까 연이낭자와 버들도령에서 버들도령은 도깨비가 아니었을까 싶다.


버드나무는 옛이야기 속에서만 우리와 함께 하는 게 아니다. 현재도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다. 바로 해열 진통제로 쓰이는 아스피린 약의 주 성분이 버드나무껍질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갯버들 그림을 그리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첫째가 갯버들이 암그루와 숫그루가 따로 있다는 거다.

또 한 가지, 갯버들 꽃을 벌들만 탐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미루나무님은 어릴 때 갯버들 꽃을 먹었다고 했다. 꽃이 터지기 전, 그러니까 꽃이 막 맺히면 따서 먹었다고 한다. 그럼 달콤하고 새콤하고 쌉싸름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 그 맛이 어떤 맛일까?


꽃이 피기 전 미리 알았더라면 나도 맛을 봤을 텐데,

꽃이 피면 먹지 않는다니, 올해는 늦었다.

내년에는 꼭 한 번 먹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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