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풀꽃들은 대부분 나무꽃보다 더 일찍 꽃을 피운다. 키 큰 나무들이 잎을 틔우면 햇볕이 가리니, 햇볕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아닌가 싶다.
이번 주에 산에서 야생화를 많이 만났다. 그 이름을 불러보면 꽃마리, 큰개불알풀, 꽃다지, 양지꽃, 현호색, 냉이꽃 별꽃, 쇠별꽃이다. 작년에 본 친구를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이번 주에 그림 그릴 소재로 괭이눈이 어떻게느냐는 히어리님 글이 올라왔다.
'괭이눈?'
괭이밥은 알아도 괭이눈이란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어디서 보셨느냐고 물었더니 수리산 병목안에서 보셨단다. 같은 수리산이니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나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그림을 그려보면 만나게 될 때 단박에 알아볼 수 있으리라.
괭이눈은 씨앗이 열매 안에서 맺히는 피자식물문이고 쌍자엽식물강이다. 장미목, 범의귀과 괭이눈 속이다.
꽃대의 높이는 작게는 5센티미터에서 크게는 2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짧다. 길이와 폭은 0.5~2센티미터 내외이고 달걀모양이다. 잎 가장자리에 둔탁한 톱니무늬가 있다.
특이한 점은 잎은 원래 녹색인데, 괭이눈이 꽃을 피우면 잎이 점점 꽃과 같은 노란색으로 변한다.
이유는 벌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술이라고 한다. 작은 꽃이 눈에 덜 띄니까 더 큰 꽃처럼 위장을 한다는 것이다.
꽃은 4~5월에 피고 지름 2mm 정도로 아주 작다. 색깔은 연한 황록색이며 가지 끝에 모여 핀다. 꽃은 잎이 없고 꽃받침조각 4개가 꽃잎처럼 수술을 감싸고 있다. 수술은 꽃받침보다 길이가 짧아 수술이 꽃받침 안에 폭 안긴 모습이다. 꽃 둘레에는 잎이 있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마치 꽃처럼 보인다.
열매는 2개로 깊게 갈라지고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씨앗은 다갈색이고 윤기가 있고 젖꼭지모양의 돌기가 있다고 한다.
괭이눈 종류는 11가지가 된다고 한다.
괭이눈, 금괭이눈, 흰털괭이눈, 오대산괭이눈, 산괭이눈, 애기괭이눈, 가지괭이눈, 천마괭이눈....
어떻게 구별을 하고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아채기기가 정말 어려웠다. 정말 괭이눈이 되어 핑핑 돌 지경이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일단 이 모든 11종류의 괭이눈을 나는 그냥 괭이눈으로 알기로 말이다.
시험공부도 아니고 괭이눈을 만날 때마다 차근차근 알아가면 되리라.
자연이 좋아 바라보고, 또 보는 거지, 이름을 알기 위함은 아니니까 말이다.
괭이눈은 주로 깊은 산 계곡의 반그늘 지고 서늘한 습지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다니는 수리산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가 아니면 내년, 아니 먼 훗날이라도 괭이눈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