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봄이 되니 우리가 그리고 싶은 게 넘쳐났다.
미선나무를 보고 와, 노란 영춘화가 시간이 지나며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보니 놀랍고, 잎갈나무 꽃눈이 터지기 전 모습은 마치 보석 같고, 지난번 그렸던 노루귀꽃에 벌써 열매가 맺혀 대견하고,
맛있는 떡을 놓고 한 가지만 먹으라고 할 때 갖게 되는 고민이랑 마찬가지였다.
고민고민, 뭘 그려야 하나.
우리는 꽃이 아주 유혹적인 얼레지에 조금 더 마음을 뺏겼다. 오늘은 그리지 못한 것은 다음에, 아니면 집에 가서 각자 그리기로 했다.
얼레지는 속씨식물이니 꽃이 피고 씨앗이 열매 안에서 자란다는 뜻이다. 외떡잎식물강이니 꽃잎은 3 배수이고 잎은 나란히맥이고 수염뿌리라는 말이다. 백합목 백합과 얼레지속이다.
얼레지는 주로 높은 산악지대에서 자란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깊은 산속 낙엽수가 많아 기름진 땅을 골라 자라는 귀족이다. 여러해살이풀이어서 한 번 본 자리를 기억하고 다음에 간다면 다시 얼레지를 만날 수 있다.
얼레지는 꽃대 높이기 25센티미터로 야생화에서는 꽤 큰 키를 자랑한다.
잎은 길이가 6~12센티미터 폭은 2.5~5센티미터다.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는 매끄럽다. 색깔은 녹색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어 얼룩덜룩해 보인다.
꽃은 4월 즈음에 피고 꽃대 하나에 하나의 꽃이 달린다. 그 꽃은 밑을 향해있다. 꽃잎은 6개이고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다. 길이는 5~6센티미터고 폭은 5~10 밀리미터로 뒤로 말린다. 보랏빛과 자주색이 섞인 빛깔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꽃 안쪽에 w자형 무늬가 있다. 수술은 6개이고 암술머리는 3개로 갈라졌다.
줄기는 땅에 붙어서 나온다.
얼레지는 아침에는 꽃을 오므리고 있다가 햇빛이 비치면 꽃잎을 벌리기 시작한단다.
햇볕을 흠뻑 먹은 오후, 얼레지 꽃잎은 완전히 뒤로 젖혀 입속을 훤히 드러낸다.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고 있지만 깔깔대며 환하게 웃는다.
이름이 독특한 얼레지, 화려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만드는 꽃이다.
4월 4일, 오늘 우리는 네 송이 얼레지 꽃이 뒤로 넘어질 듯 웃고 있는 모습을 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