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오늘은 민들레를 그렸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꽃이 민들레다.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 때문에 민들레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민들레는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다. 두 개의 떡잎이 나오고, 잎맥이 그물맥이고 하나의 굵은 뿌리에서 가는 뿌리가 나는 쌍떡잎식물강이다. 초롱꽃목에 국화과 민들레속이다.
꽃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4~5월에 두상꽃차례를 이루어 핀다. 두상꽃차례란 여러 개의 작은 꽃이 꽃대 끝에 촘촘하게 달려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보이는 꽃차례를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노란 민들레꽃은 한 송이처럼 보이지만, 여러 꽃이 모여 있다는 뜻이다.
찾아보니, 우리가 보는 꽃 한송이가 사실은 100개에서 200개의 꽃이 모인 통꽃이란다.
꽃줄기는 잎 사이에서 나와 만들어지며 길이는 30cm 내외다.
꽃대를 잘라보면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쓴맛이 강하다. 그래서 가축들도 민들레는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잎은 날개깃처럼 갈라졌다. 이른 봄에 뿌리에서 모여 나와 땅 위를 따라 옆으로 퍼진다.
열매는 납작한 수과다. 수과란 하나의 열매에 보통 1개의 씨앗이 들어있지만 날개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잠깐, 민들레 씨앗은 날개가 있는 시과가 아닌가 의문이 든다. 민들레 씨앗은 펄펄 날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들레 씨앗을 날아가게 만드는 것은 날개가 아니고 갓털이다. 갓털은 씨방의 맨 끝에 붙은 솜털 같은 것이다. 꽃받침의 형태가 변한 것이다. 이 갓털을 이용해 민들레 씨앗은 240km까지 날아가기도 한단다.
뿌리는 땅 속 깊이 자라기 때문에 짓밟혀도 잘 죽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 민들레다. 그렇다면 토종민들레와는 어떻게 구별하는 걸까?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꽃 색깔이다.
토종민들레는 흰색과 노란빛도 연하다. 서양민들레는 진노란색이다.
두 번째 꽃받침의 방향을 보고 알아볼 수 있다.
토종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잎 쪽으로 달라붙어 위를 향하고 있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이 아래로 젖혀있다.
셋째는 줄기다.
토종민들레는 줄기가 가늘고 연약하지만 속이 빈 경우가 적다. 서양민들레는 줄기가 굵고 튼튼하며 속이 비어 있다.
넷째 꽃이 피는 시기다.
토종민들레는 4~5월 잠깐 피지만 서양민들레는 10월까지 꽃이 핀다.
흔히 마주치는 민들레를 막상 사진을 놓고 그리려니 쉽지 않았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는 몇 번 밖을 들락거려야 했다.
꽃을 보고 오면 잎의 느낌이 잘 떠오르지 않고, 잎을 보고 오면 씨앗 맺힌 부분을 잘 모르겠고. 그래도 집 밖만 나가면 민들레가 있어 다행이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봐주기, 생각보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