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그리고 싶은 게 넘쳐나는 때다. 지난주 우리는 뭘 그릴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을 좁히지 못했다. 서양산딸을 그리고 싶은 미루나무님, 토종철쭉을 그리고 싶은 히어리님, 정향나무를 그리고 싶은 나.
그러잖아도 친구가 물감을 12 종류 사줬다. 물감을 써 보고 싶어서라도 그림을 더 그리고 싶었다. 나는 옳다구나 하고 서양산딸나무에 이어서 정향나무를 그렸다.
정향나무는 피자식물문이다. 꽃이 피고 씨방 안에서 열매가 맺는 속씨식물이다. 쌍자엽식물강으로 줄기를 꺾어보면 관다발의 모습이 고리모양으로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다. 꽃잎이나 수술은 2 배수나 5 배수이다.
물푸레나무목이고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이다.
그렇다면 물푸레나무과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물푸레나무과를 알아보는 첫째는 대생엽을 가진 관목이나 교목이다. 대생엽이란 줄기의 마디마다 두 개씩 서로 마주 붙어 나는 잎을 말한다. 관목은 덤불처럼 자라는 나무고 교목은 곧게 뻗은 나무다.
꽃잎은 4장으로 대칭을 이루며 펼쳐진 통꽃이다.
수술 2개에 암술도 2개이다. 암술로 이어진 씨방은 둘로 나눠지는 합생심피다.
열매는 삭과, 그러니까 이삭처럼 매달린다.
이런 성질을 가진 나무들을 물푸레나무과라고 하는데, 그에 속하는 식물은 물푸레나무속, 개나리속, 쥐똥나무속, 이팝나무속, 수수꽃다리속 등이 있다.
정향나무의 이름은 꽃의 모양이 한자의 丁의 모양처럼 생겼다고 '정'이라는 단어를, 향기가 많이 난다고 '향'이라는 글자를 가져왔다고 한다.
잎은 마주나기 하며 넓은 달걀형이고 잎끝이 조금 뾰족하다. 표면에 털이 없다. 잎자루에도 털이 없다.
꽃은 5월에 피고 보랏빛 자주색이고 꽃대가 없다. 원뿔모양꽃차레를 가졌다. 꽃은 작년부터 있던 가지에서 핀다. 꽃지름은 7~8mm다. 꽃잎 4장인 통꽃이다.
열매는 삭과로 길이가 9~12mm 타원형으로 9월에 익는다.
줄기는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서 한 포기를 이룬다.
올해 나는 처음 정향나무를 알아챘다. 작년에 봤다고 하더라도 작은 라일락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라일락보다 키도 작고 꽃송이도 작은 정향나무. 향기는 라일락의 향기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부드러웠다. 꽃송이가 작아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해 보이는 정향나무. 숨은 미인 같은 느낌이었다.
친구 중에 정향이라는 필명을 가진 이가 있다. 물론 발음만 똑같을 뿐 정향나무의 한자말이나 뜻하고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친구와 정향나무의 느낌이 아주 비슷했다.
이번에 정향나무를 더 그리고 싶은 이유였다.
정향, 그 친구가 올해는 더 풍성한 향기를 내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