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찔레꽃이 피었다.
찔레가 나에게 처음 다가온 것은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였다. 이맘때쯤 친구와 소백산을 갔다.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산 정상에는 안개와 구름으로 몇 발짝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섰고 예정하지 않은 곳으로 내려왔다. 어차피 가고자 하던 곳도 처음이니 딱히 걱정스럽지는 않았다. 산을 거의 내려갔을 때는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었고, 입고 있던 비옷이 후덥지근할 뿐이었다. 비옷을 둘둘 말아 가방에 묶는데 물씬 향긋한 냄새가 밀려왔다.
찔레향기였다.
우리는 코를 벌름거리느라 정신없었다. 찔레덤불은 거짓말을 더해 1km는 이어진 듯했다.
그곳을 다시 찾고 싶지만, 찾을 길이 없다.
어쩌면 꿈속에서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찔레를 우리는 그려보자고 했고, 나는 너무 설렜다.
찔레는 꽃이 피는 피자식물문이고 떡잎이 두장으로 나는 쌍떡잎식물강이다. 장미목, 장미과다.
장미과의 특징은 꽃받침이 5개, 꽃잎 5장, 수술은 셀 수 없이 많고, 암술은 많거나 5개이다.
장미과는 다시 4개의 아과로 나뉜다.
조팝나무아과, 장미아과, 앵도나무아과, 능금아과이다.
찔레는 장미아과에 속한다. 장미아과는 암술은 독립된 단심피며 자방상위다. 단심피란 말은 씨방 안에 수정이 한번 이루어지며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자방상위란 씨방이 꽃덮개나 수술보다 위쪽에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피자식물문의 자방은 암술대 밑에 붙어 있는 자방을 가지고 있다.
씨앗은 작은 핵과다.
찔레꽃은 가시나무라고도 할 만큼 가시가 많다. 높이는 2m까지 자라는 관목이다.
잎은 어긋나고 깃모양겹잎이고 타원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다. 크기는 2~3cm이다.
꽃은 5월에 피고 원뿔모양꽃차례로 난다. 꽃은 지름은 2cm 정도의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을 띤다.
열매는 10월 열리고 붉게 익는다.
찔레잎에 앉아 있는 나비는 벚나무까마귀부전나비다.
부전나비는 손톱만큼 작은 나비들을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문득 부전이라 뜻이 궁금했다. 찾아봐도 그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부전조개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부전조개는 조개껍데기 모양의 노리개를 말한다. 조개의 벌어진 모습이 나비와 닮아 붙여진 이름 같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
부전의 다른 뜻은 액자 모서리에 대는 경첩을 말한다고도 한다. 이것도 양쪽 날개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작은 나비에게만 붙이는 부전나비, 혹시 큰 나비에 비해 완전하지 않다고 부전이라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벚나까마귀부전나비는 나비목 부전나비과다. 출현시기는 5~6월 1년에 한 번 볼 수 있다. 주로 벚나무류에 많이 생활한다고 벚나무까마귀부전나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날개를 편 길이는 3~3.5cm 정도다. 날개 윗면은 짙은 갈색이고 뒷날개의 바깥가장자리는 황색 무늬가 있다. 날개의 아랫면은 앞 뒷날개에 흰색의 가는 줄무늬가 있다. 날개 끝에 검은 점이 줄지어 있다.
어떤 대상과 처음 마준 친 기억은 참 오래 남는다. 좋은 기억일수록 더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좋음은 따라올 수 없는 듯하다.
오래 산다는 게 이런 좋은 기억들이 하나씩, 더 쌓이는 일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