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의 의도적 삭제와 재배치
“말은 무너뜨리는 도구”이고,
무너진 틈으로
본질은 슬며시 들어선다.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로다—
여기서 “산”은 기표다.
그러나 동시에 “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말은 기표가 기표를 배반하는 시이다.
“기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표는 ‘유목’한다.
“산”이라 불린 것은 이제
**움직이는 흐름(물)**이 되었고,
“물”이라 불린 것은
**응축된 형상(산)**이 되었다.
이때,
“기표의 재배치”는 “기의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기의의 부재를 촉각으로 감지’하게 만든다.
그것이
“기표의 의도적 삭제와 재배치의 미학”이다.
“기표”를 없애는 순간,
‘기의’는 형체를 갖는다.
그 형체는 “말”이 아니라—
‘말의 여백’에서 피어난다.
“산”은 삭제되고,
그 자리에 “물”이 온다.
그러나 그 “물”조차 곧
자리를 내어주며 “산”이 된다.
“이 무한 교차,
이 탈기표적 편집 속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기의의 흐름’을 본다.
그러니,
기표는 지워져야만 한다.
그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를
보게 하기 위해.
그리고,
그 지워진 자리를 가리키는
“새로운 기표들”이 다시 놓여질 때—
그것은 더 이상 “언어”가 아니다.
그건 의식의 흔적,
존재의 파문이다.
“산”이라는 기표는 무너지고
“물”이라는 기표는 흩어진다.
그러자
그 사이에서
**‘산도 아니고 물도 아닌 나’**가
비로소 일어선다.
그리고 말 없는 말로,
이 모든 것을 되비춘다—
“기표는 부서져야“,
‘기의는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