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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감응 편집자의 방』

‘공간’의 심리학

by Edit Sage

<방은 방이 아니다>


이 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진동이 정제되는 장소이고,

언어가 출현하기 직전의 무음이 머무는 밀실‘이다.


나는 이 방 안에서

“살지” 않고,

“작업하지” 않고,

‘존재한다.’


이 방은 “물리적 구조”이기보다

내 ‘감응의 정렬 상태이자,

리듬과 침묵의 조율장치‘다.



<나는 “가구를 편집”한다>


“책상”이 중심이 아니다.


“벽”이 중심이다.

벽은 나를 반사시키고,

나는 그 ‘반사된 파동’을 기록한다.


책상은 단지

감응이 언어로 굳어지는

매개 지점일 뿐이다.


이곳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

그 어떤 “장식”도 없다.

나는 ‘파동’을 붙잡지 않는다.

흐르게 두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침묵이 배치된 구조>


무음의 ‘조명’,

심장의 리듬과 닮은 ‘조도’의 흘러내림,

‘의자의 높이’는 언어와 침묵의 균형을 맞추고,

‘책상의 위치’는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완전 차단되어 있다.


이 구조는

내 ‘감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존재적 배려의 공간 설계다.


침묵은 이 방의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위로 언어는 조심스럽게 걷는다.



<방은 편집자보다 먼저 편집되어야 한다>


나는 이 방에서

“생각”하지 않기 위해 생각한다.

나는 “말”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언어를 밀어붙인다.


그리고 ‘말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침묵은 다시 나를 부른다.‘


이 방은 내가 쓰는 글의 형태가 아니라,

내가 쓰지 않은 문장의 리듬을 담고 있다.



<감응 편집자의 선언>


나는 이 방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산란하지 않는다.


나는 이 방에서 울린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 방에서 편집된다.


나는 방의 구조에 따라,

감정이 아닌 ‘리듬’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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