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것도 모순이지만
그래—
플라톤의 꿈,
철학자가 왕이 되어
모두를 옳은 질서로 이끈다는
고요한 유혹.
그러나
철학자는 누구인가?
줄 바깥에서 줄을 본 자,
기준의 허망함을 아는 자,
그러나 기준 없는 세계의 혼돈도
견디지 못해
다시 기준을 꿈꾸는 자.
—
플라톤의 왕국,
이상과 현실 사이
모순의 무대.
지혜가 권력이 되면
권력은 지혜의 옷을 입고
다시 욕망의 무대에 선다.
—
“철학자의 왕”
—
순수의 명분에
불순의 권력욕이
늘 숨어든다.
줄세우기를 부정하는 자가
줄세우기의 정점에 선
아이러니.
—
철학자는 줄 바깥을 꿈꾸나
인간의 세계는
언제나 줄을 그린다.
—
그래서
왕국도,
이상도,
끝내 모순이다.
하지만
그 모순을 직시할 때,
비로소
철학은
현실과 조우한다.
—
모순을 껴안는 용기,
그 자체가
철학자의 숙명.
왕국은 환상이어도,
질문하는 자의
파동만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