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교훈을 주는 사기꾼, 그는 누구인가? 이 자는 우선 똑똑하다. 교훈은 기본적으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전제한다. 이 자는 비록 자기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을지언정 남에게 교훈을 줌으로써 상대적 강자라는 자기상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두고 그것을 행사한다. 그럼으로써 자기의 사회적 위치를 교묘하게 올리려는 교활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비록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내면의 존재적 가치는 바닥을 치고 있을 테지만, 이 자에게는 외부에 보이는 것이 중요하기에 내면의 폐허는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다.
교훈을 주는 떠버리, 그는 누구인가? 이 자는 우선 우둔하다. 이 자는 상대방의 시선이 어디쯤을 바라보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렇기에 이 자는 돈키호테로 빙의하여 ‘용기 있게’ 태산처럼 높은 풍차를 향하여 돌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자는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시선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에게 위풍당당하게 교훈을 준다. 그 자의 시선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자는 쉬지 않고 입을 놀려대며 사방팔방 남들에게 교훈을 주고 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의 사회적 위치는 물론이고, 자기의 존재가치마저 바닥을 치고 있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