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개심으로 나의 자유를 양보하랴

해체

by 메모

누군가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다면 그만큼 나의 자유를 그에게 양보하고 있는 셈이다. 나의 세계 한 귀퉁이에 그 사람의 영역이 일정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세계는 생각을 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즉 생각을 하지 않는 한 나는 무한히 자유롭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나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구성되며, 따라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무한히 자유로운 공간에 무엇인가가 채워진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소중한 세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 적개심을 품은 사람을 위해 나의 자유를 양보하고 자리를 내준 셈이 된다. 결국 누군가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그를 배척하는 행위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를 위해주는 행위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 자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다시 말해 나의 자유를 양보하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그를 물리치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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