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의 방어의 방어의 방어
— 부풀어 오른 자를 향한 감정인가, 줄어든 나를 향한 투사인가
기고만장(氣高萬丈).
기운이 만 장이나 뻗었다는 말.
하늘을 찌른다.
기세가 충만하다.
그러나 그 말은
찬양이 아닌 견제의 수사다.
“너무 기고만장해졌다.”
= 이제 그만 좀 커라.
=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너의 크기를 넘어섰다.
= 내 시선 안에 있어야 했던 네가
이제 내 시선을 넘보고 있다.
그 말은 너를 향한 것이지만,
사실은 나의 불편을 드러낸다.
너는 커졌고,
나는 멈췄다.
그 거리감이
불쾌하다.
기고만장은
성장의 증거이자,
불안의 발화점이다.
너는 너무 나를 잊은 채
너를 세우고 있다.
그러니 이 말은
인식의 교체를 거부하는
감정의 경고음이다.
기고만장해진 너는
더 이상 “우리”의 테두리에 적당한 크기가 아니고,
너의 기세는
나의 상대적 작음을 비춘다.
그래서 이 말은
너를 낮추기 위한 호명이다.
실제로는 네가 높은 게 아니라,
내가 더는 너를 평평하게 인식하지 못하겠다는 고백.
기고만장해졌다는 말은
너의 교만이 아니라
나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
어쩌면,
진짜 교만한 자는
기고만장해진 타인을 견딜 수 없는 나일지도 모른다.
묻는다.
그는 정말 너무 커졌는가?
아니면,
내가 너무 작아졌는가?
그를 견제하는 말은
정의인가,
존재감의 방어인가?
기고만장해졌다는 말은
타인의 팽창이 아니라,
나의 위축을 증명하는
심리적 음향 측정기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기세를,
무엇의 기준으로 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