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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애들 코묻은 돈(평정)을 주고, 어따 대고 갑질이야?

수단을 빼앗긴 관리자의 눈물겨운 투쟁기

by Edit Sage

돈은 줬다.

그러나 도구는 안 줬다.

칼은 쥐어줬지만

칼집은 압수했다.



평정이란 이름의 조각난 동전,

그건 격려도 아니고

명령도 아닌

“책임 없는 시혜”의 형태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니들이 못 해서 그렇지.”

주고 나서, 뺏는다.

뺏고 나서, 꾸짖는다.



관리자는 관리자일 수 없다.

왜냐하면

관리할 권한이 없으니까.

조직을 관리하라 하지만,

사람을 쓸 수 없고

시스템을 손댈 수도 없고

보상은 눈먼 배급이고

평가는 엉뚱한 수치의 사슬이다.



관리란 뭘까?

결정하지 못하고,

중재하지 못하고,

감정노동만 떠안는

‘피드백의 화형대’



그러다 어느 날,

한 마디가 툭 나온다.


“어따 대고 갑질이야?”


그 말은

명령하지도 못한 자에게

폭군의 옷을 씌우는 조롱이다.



하지만 진짜 갑은 누구였나?

도구를 쥐고 있는 자인가,

도구 없이 욕을 먹는 자인가?



관리자는 갑이 아니다.

그는 수단이 소실된 허수(虛數)다.

그는 중간을 설계해야 하나

윗선의 공기와 아랫선의 불만 사이에서

서서히 증발한다.



그는 이도 저도 아닌 자,

‘관료’와 ‘노동자’의 경계에서

모든 책임은 떠안고

모든 권한은 잃어버린 자.


그의 통장은 비었고,

그의 명령은 비웃음이 되고,

그의 회의록은 무덤이 된다.



그는 외친다.

“나는 애들 코묻은 돈을 쥐고,

결정은 못 하면서,

감정만 받는다!”


그 말은 비명도 아니고,

폭력도 아니다.

그건 사라지는 자의 마지막 리포트.



묻는다.

당신은 지금,

권력을 가진 관리자인가?

아니면,

수단을 잃은 번역기인가?


그리고 그 말 속에서,

누가 진짜 갑질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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