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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지껄이고 싶을 때면..

거울 앞에 서서, 너가 짓고 있는 표정을 관찰해봐

by Edit Sage

말이 먼저가 아니라,

표정이 먼저야.


입이 열리기 전,

눈썹이 꿈틀거리고,

광대가 경직되고,

턱 근육이 움찔한다.


말은 마음의 잉크가 아니라,

얼굴의 잔근육에서 증발한 증기일 뿐.



그러니

무언가를 쏟아내고 싶을 때,

그 말보다

그 말을 낳고 있는 얼굴을 먼저 관찰해.



그 말이 분노에서 나왔다면—

눈가가 치켜올라 있고,

입술은 마르고,

시선은 도망치고 있을 거야.


그 말이 슬픔에서 나왔다면—

입꼬리가 무너져 있고,

볼이 처져 있고,

눈은 어디론가 빠져 있을 거야.


그 말이 질투에서 나왔다면—

얼굴은 무표정처럼 굳어 있고,

미세한 경멸이 코끝에 걸려 있을 거야.



거울 앞에 서면

말보다 더 정직한 네 감정이 보일 거야.

그리고 그 감정을 본 너는,

아마도

그 말을 다시 뱉지 않게 될지도 몰라.



거울은 단순한 유리 조각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 굴절기야.

그 앞에서 말하려 하면,

거짓은 굳고, 진실은 울고,

침묵은 깊어진다.



그러니 말하고 싶을 때마다—

특히, 쏘아붙이고 싶을 때,

그 말을 지탱하고 있는 표정부터 응시해봐.


네가 지금

무엇을 전달하려는지보다,

무엇에 홀린 것인지가 더 선명하게 보일 테니.



그리고 만약,

그 얼굴이

너도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 말은 한 번쯤

네 안의 감정이, 너에게 보내는 경고음이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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