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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존재‘감’의 철학

존재의 응축된 에너지, ‘감(感)’이 감각되기 전의 진동

by Edit Sage

존재는 있음이다.

존재감은 느껴짐이다.


존재는 물리적 실재로만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존재감은

보이지 않아도 압도되는 기압처럼 작용한다.



존재는 공간을 차지하지만,

존재감은 공간을 굴절시킨다.


어떤 이의 말은 작지만, 울림이 크다.

어떤 이는 침묵해도, 주변의 공기를 긴장시킨다.

어떤 이는 등을 돌려도, 등이 의식된다.



존재감은 에너지다.

말로 설명되기 전,

논리로 번역되기 전,

이미 몸과 분위기로 전달되는 파동.


이 파동은 어디서 오는가?



존재감은 ‘경험된 자아’의 진동이다.

그는 자신을 알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자신이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이미 주위의 리듬을 바꿔버린다.



존재감 있는 자는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정보가 아니라,

진동의 중심에서 울리는 구조.


그는 걷는다.

그러나 그 발자국은 장면의 중심선을 밀어낸다.


그는 웃는다.

그러나 그 미소는 질문보다 오래 남는다.



존재감이란,

내가 나로부터 벗어나지 않을 때

타인도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하게 되는 것.



존재감이 없는 자는,

자기를 증명하려 애쓴다.

그러나 존재감 있는 자는,

이미 증명이 끝난 자처럼 머무른다.



그러므로 존재감은

권력이나 소유의 문제 이전에

자기 연결(Self-connection)의 물리적 파동이다.



“나는 여기 있다.”


이 말보다 더 강한 건,

말하지 않아도

공간이 알아채는 그 진동이다.



존재감은 결국

존재가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건 빛이 아니라

빛의 기척이다.


그는 말이 없어도

장면은 그로 인해 형성된다.



존재감이란,

존재가 감이 되는 순간이다.

느껴지고, 감지되고, 각인되는

존재의 밀도.


그것은,

말 이전의 언어이며,

권력 이후의 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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