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7월의 여름방학은 슬프게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여행이나 각종 일정으로 빼곡하여 정신없게 보내겠지만, 나는 밤낮으로 화가 나서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만 들여다본다. 연일 뉴스를 달구는 초등교사의 죽음과 그에 대한 학교의 대응, 한 유명 연예인의 아동학대 신고, 갑질 학부모의 민원 이야기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이슈들이 마음을 불편하게만 한다.
집회에서 발언하시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레 작년의 내가 떠오른다. 하루하루 피폐해져만 갔던 학교에서의 나의 모습뿐만 아니라 무기력함과 답답함, 스스로 감당해 나가야 했던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도 느껴져 연설을 끝까지 들을 수 없을 때도 많다. 비단 나만이 이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교사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분노하는 것이 모두 본인들의 경험과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우리 학급에는 금쪽이가 한 명 있었다. 친구들을 손쉽게 때리고, 때리는 수준을 넘어 목을 조르고 가위나 필통 따위의 물건들도 던졌던 금쪽이.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갑자기 사물함 위에 올라가 누워있거나, 의자를 옮겨가며 본인이 앉고 싶은 자리를 골라 앉고 다른 친구들을 방해했다. 내가 훈계하고 혼을 내면 반말로 싫다는 이야기를 했고,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으면 사물함 문을 쿵쿵대며 세게 반복적으로 닫거나 교실 밖으로 무단 이탈해 버렸다.
이 아이를 제대로 지도할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금쪽이의 학부모가 이 전 담임선생님을 아동학대로 신고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가 있었고, 학부모가 녹취록을 모두 적어 교장실로 왔다. 먹지 않는 반찬을 먹어보라 했다는 이유로, 교실에 남아 숙제를 하란 이유로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동료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고, 무혐의 판정을 받을 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었기에 나는 더더욱 그 아이를 제대로 지도할 수 없었다. 상상 속의 녹음기가 나를 힘들게 했으니까.
그 아이는 급기야 교실 문을 우산으로 치고, 말리는 나의 팔도 때렸다. 그날부로 나는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갈 수 없었다.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붕괴된 교실에서 속수무책 당하고 있던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 어느 날 잘 지내던 담임선생님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선량한 학생들과 학부모님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죄책감이었다.
‘선생님 언제 돌아와요?’
내가 병가를 내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쉬고 있을 때 나를 유독 좋아하던 학생들이 보내던 연락을 받을 때면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비겁한 선생님,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선생님이라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피폐했던 작년의 기억이 떠오름에도 나는 시위에 참여하고 관련 뉴스에 댓글을 남기느라 하루하루가 바쁘다. 어쩌면 저 뉴스 속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