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엔 정현종 시인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섬에 가고 싶었다. 그 섬에 가려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도 모른 채 친하다면, 진실한 관계라면 일체감을 나누어야 한다 착각했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만이 진실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을 어느 정도 알만큼 살아온 지금은 안다.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가 추위를 못 견뎌 서로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가시에 찔려 상처 주고 상처받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시로 찌르지 않을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dilemma)라고 부른다. 상처를 입더라도 다가가 따스한 온기를 나누고 싶은 일체감과 아프기 싫어 멀어지려니 혼자될까 두려운 고립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아야 아름다운 것도 있다. 사람도 그렇고 꽃도 그렇다. 멀리서 바라보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아름답지만 가까운 곳에서 보면 이미 떨어진 꽃잎의 허망함이 보인다. 사람들이 지르밟고 간 흔적이 지저분한 얼룩으로 남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칼릴 지브란이 말한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하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어야 한다.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내더라도 줄은 각각 혼자 떨어져 있듯 함께 있되 거리가 필요하다. 참나무와 삼나무는 함께 있지만 떨어져 있다. 서로의 그늘 속에선 성장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