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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May 11. 2024

운명

김환영 시인의 운명은 다음과 같다.


꼬막 조개 속에

꼬마 새우 한 마리가 들어가 앉았네


ㅡㅡ야!

무슨 이야기 듣다가 여기까지 따라왔어?




위기에 처해 파멸로 가게 되는 건 내면의 속삭임을 따라갈 때 일어난다. 때론 주체할 수 없는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혀, 때론 허황된 욕심 때문에 그런 운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방하착(着)이란 말이 있다. 마음속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옛날에 깨달음에 대한 집착을 지닌 젊은이가 산사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노승이 떠나면서 깨달음에 도움이 될 거라며 서책을 주고 갔다. 젊은이는 깨달음에 도움을 줄 서책을 소중히 여기며 집착했다. 그런데 어느 날 쥐가 서책의 귀퉁이를 갉아먹은 걸 발견했다. 젊은이는 고민 끝에 고양이를 데려와 기르기로 했다. 마을에 내려가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고 그 후 쥐는 사라졌다. 새끼 고양이가 시름시름 앓으며 잘 먹지 못하자 고민 끝에 염소를 데려왔다. 염소젖을 짜서 먹이자 새끼 고양이는 씻은 듯 나았다. 매일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 염소에게 줄 풀을 뜯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자 수행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며칠을 고민 끝에 이번엔 염소를 돌봐줄 젊은 여인을 구했다. 이제야 수행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몇 해를 젊은 여자와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새 두 아이가 생겼다. 수행은커녕 아내와 두 아이, 염소 떼, 고양이 무리를 돌보느라 사내는 하루가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 깨달음에 대한 집착이 불러온 사건이었다. 우리 인생도 이렇다. 한 생각이 또 다른 것을 불러오고 결국 무언가의 먹잇감이 되는 게 아닐까? 무슨 이야기에 홀려서, 무엇에 눈멀어 지금까지 오게 된 걸까? 가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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