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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May 19. 2024

익어 떨어질 때까지

정현종 시인의 <익어 떨어질 때까지> 시 전문은 다음과 같다.   

        

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만사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될성부른가)

노래든 사귐이든,

무슨 작은 발성이라도

때가 올 때까지,

(게으름 아닌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




무엇이건 때가 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을 비추고 거름을 주어도 꽃 필 시기가 아니면 꽃은 피지 않는다.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에 '노오력'을 더해도 때가 아니면 성과를 내지 못한다. 외려 지나치게 열심히 하다 포기하거나 지쳐 쓰러질 수 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때만 기다린다면 정작 꽃 필 차례가 와도 꽃은 피지 않는다. 적어도 씨앗이라도 뿌려야 했고 물이라도 줘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절로 꽃이 피기만 기다린다면 꽃은 피지 않는다. 




노력도 배신할 수 있다. 때가 되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처절한 노력에 '노오력'을 더한다고 이루어지진 않는다. 무엇이건 때가 있고 운이 있다. 노력에 뒤통수 맞을 수 있다. 노력한다고 모두 성취되는 건 아니다. 나를 갈아 넣어 가면서까지 '노오력' 할 필요는 없다. 더불어 지나친 성실함도 경계해야 한다. 처절하리만큼 성실하게 임했는데도 아무런 성과나 보상이 없다면 허망함에 빠질 수 있다. 외려 지나친 성실함을 악용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이용당하고 착취당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나친 성실함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하고 익어 떨어질 때까지, 하늘의 운이 도와줄 때까지, 계절이 순환하듯 꽃 필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쩌면 성취나 성공도 타이밍(운이라 부를 수 있겠다)노력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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