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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Sep 23. 2023

뒤에야

중국 명나라 문인 진계유의 <뒤에야>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어떤 일을 선택하고 행할 때 미리 알면 좋으련만 항상 지나고 난 후에야 알게 된다. 마음의 경박하고 소란스러움을 그땐 몰랐다. 지나칠 만큼 마음이 과해 흘러넘치거나 각박할 정도로 부족했음도 알지 못했다. 지나치게 분주하게만 보내느라 헛되이 흘려보낸 시간을 왜 그땐 몰랐을까?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젊을 땐 젊음을 모르고 건강할 땐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이 있다. 무작정 열심히 질주하며 살 땐 보이지 않던 것이 잠시 멈춰 서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분주한 뜀박질을 멈추고 오늘 하루 잠시 멈춰서 보면 어떨까? 오롯이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다 보면 나아갈 길도 보이기 마련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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