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나무 Sep 21. 2023

흉터

네이이라 와히드의 <흉터> 전문은 다음과 같다.


흉터가 돼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나무도 나이테가 쌓이기 위해선 세월을 견디고 비바람을 버텨야 한다. 인간에게도 나이테가 있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느라 힘들었던 흔적들, 때로는 주름살이 되고 굳은살이 되고 흉터가 되어 박혀버린 삶의 자국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돌아보면 하나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없고 하나하나 행복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매화가 맑은 향기를 뿜어내듯이 흉터와 굳은살이, 깊게 패인 주름이 인생의 낮과 밤을 교차해 온 삶의 깊이만큼 아름다운 향내와 영롱한 빛깔을 낸다. 흉터는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흉터가 있음으로 나는 나다워지고 진한 향기와 영롱한 색채를 띨 수 있었다. 나를 나답게 만든 흉터, 굳은살, 주름은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훈장이다. 지금까지 잘 견디고 버텨왔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새와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