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다. 한 번도 열정적으로 누군가 사랑해 본 적 없음이. 무언가를 뜨겁게 좋아해 본 적도 없다. 감정은 최대한 절제하고 드러내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여겼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감정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유 있어 슬프고 이유 있어 아팠을 텐데 애써 외면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휩쓸리기 두려워 무심한 척 덤덤히 살았다. 자신의 온몸을 불살라 뜨겁게 불타올라 따스함을 전하는 연탄처럼 한 번이라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누군가와 교감하고 따뜻함을 나눈 적이 있던가. 비록 까맣게 타버려 재 되었지만, 연탄재는 열정과 용기의 화신이다.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누군가의 삶에 빛이 되었다. 과연 나는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사람에게라도 뜨거운 적 있었는지, 진심을 다해 따뜻함을 전한 적 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