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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Oct 06. 2023

방문객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온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다. 인간이라는 소우주가 또 다른 소우주를 만나는 것이다. 누군가의 상처 난 마음 그리고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이 함께 오는 것이다. 살면서 견뎌냈을 무수한 밤의 시간과 어쩌지 못하는 무기력함, 좌절에 시린 가슴, 봄햇살처럼 포근하고 따스했던 추억,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떨림과 설렘의 순간, 환희로 들끓던 작열하는 여름의 시간, 그 모든 시간을 버텨낸 누군가가 오는 것이다. 하나의 역사가 또 다른 역사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다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존재하는 그 사람(방문객)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음과 마음으로, 진심과 진심으로 만나야 한다.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을 넉넉하게 품어주고 살뜰하게 헤아려주어야 한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때 소중하고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다.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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